"학대·방임 행위 적발 만으로 요양원 지정 취소, 불합리"

기사등록 2024/07/25 16:36:53

최종수정 2024/07/25 19:46:52

광주지법 "무안군, A복지법인 지정 취소 처분을 취소하라" 판결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법원이 이성 보호사에 의한 기저귀 교체 등 성적 학대를 비롯한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는 사실 만으로 장기요양기관 지정 자체를 취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광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박상현 부장판사)는 A복지법인이 전남 무안군수를 상대로 낸 장기요양기관 지정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무안군은 A법인에 대한 지정 취소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2022년 6월부터 11월 사이 A법인이 운영하는 요양원이 생활하는 입소 노인들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관련 기관 합동 조사에서는 수급자 중 19명에 대한 신체적·성적 학대, 방임 등 위반사례 31건이 적발됐다.

신체 학대 사례로는 치료 목적 외 신체 압박용 억제대 사용이 주로 적발됐다. 성적 학대는 가림막이 없는 환경에서 기저귀를 갈거나 보호사가 이성인 노인의 목욕 등을 했다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에 무안군은 지난해 4월 사회복지사업법·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위반했다며 장기요양기관 지정 취소 처분을 했다. 

A법인 측은 "이성 보호사가 기저귀를 갈아주는 등 각 위반 행위는 위법성 정도가 가볍다. 이번 처분이 있기 전까지 법인과 시설 대표자가 형사 처벌이나 행정 처분을 받은 사실도 없다. 성실히 요양원을 운영해왔다. 지정 취소 처분에 따라 퇴사한 직원들의 생계 곤란 문제도 달렸다"며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시설을 과거 운영했던 원장, 퇴직 직원들에 의한 악의적 거짓 신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처분으로 달성할 수 있는 직접적 공익은 신체적·성적 학대, 방임 등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만 지정을 취소해 폐원시킬 경우, 입소자들은 거처를 옮기는 부담을 안는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처분 근거가 된 시행규칙 규정이 정하는 '장기요양기관 종사자 등이 수급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폭행·성희롱 등 행위'에는 중대한 성범죄 뿐만 아니라 비교적 작은 매우 다양한 행위까지 포함될 수 있다. 기저귀 교체 등 행위가 입소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줄 수는 있으나 고의로 한 범죄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구체적 죄질, 법익 침해 정도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가장 무거운 행정 처분인 지정 취소를 할 경우 처분이 달성하려는 공익과 당사자가 입는 불이익 사이에 불균형 발생 우려가 크다. 각 위반 행위 외에도 추가 학대 정황 등에 대한 주장도 뒷받침할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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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방임 행위 적발 만으로 요양원 지정 취소, 불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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