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보물 '서울 문묘 및 성균관' 대성전 지붕에서 1602년에 쓰인 상량묵서가 발견됐다.
상량묵서는 서까래 밑 가로로 길게 놓이는 도리 부재 중 가장 높은 곳에 놓이는 종도리에 묵으로 쓴 기록이다. 건축 과정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다.
국가유산청은 종로구청과 지난해 9월부터 보물 '서울 문묘 및 성균관' 대성전 지붕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사 과정에서 지금까지 다양한 조선시대 건축역사 흔적들이 발견됐다. 지난 4월 지붕 해체 과정에서 18m에 달하는 단일 목부재로 제작한 평고대가 확인된 바 있다.
평고대는 추녀와 추녀를 연결하는 가늘고 긴 곡선 부재다. 한옥의 자연스러운 처마 곡선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재다.
이번에 발견된 상량묵서에는 1602년 10월26일에 상량했다는 내용과 목수들 이름이 기록됐다.
묵서 기록은 '만력 이십구년시월이십육일(1602년 10월 26일) 상량목수편수 김순억 김몽송 강향(萬曆 二十九年 十月 二十六日 上樑 木手 邊首 金順億 金夢松 姜香)'이란 내용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대성전은 1407년 재건됐으나 1592년 임진왜란으로 전소됐다. 선조 35년(1602년) 7월 중건 공사를 끝냈다고 전해지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두 기록 간 몇 개월 오차가 있고, 목수와 관련해서도 당대 국가적 건축공사를 담당했던 숙련된 솜씨의 장인들임에도 아직까지 다른 기록에는 같은 이름을 발견할 수 없어 향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성전 내부 천장에서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단청도 발견됐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숙종 30년(1704년) 대성전에 박쥐가 살면서 건물 내부를 더럽히자 이를 막기 위해 반자를 설치했다고 전해져 반자 내부 단청은 숙종 이전에 시공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유사청은 "이는 전통단청 안료와 문양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며 "과거 수차례 이어진 대성전 수리공사 과정에서도 상량묵서가 발견됐다는 기록이 없고, 숙종 이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단청이 그대로 종도리 부재에 남아있어 이번에 처음 그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더한다"고 평가했다.
현재 대성전 보수공사는 도리 해체 중이며 내년 2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수리현장은 매주 목요일 공개된다. 관심있는 국민은 사전 예약을 통해 현장에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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