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1. 초등학교 4학년생 A군은 3년 전부터 백혈병 치료를 받다가 최근 다시 등교하기 시작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등교했지만 친구들은 A군이 쓴 물건은 손가락 끝으로 집는 등 전염병인 것 마냥 기피한다. 또래와 떨어져 병원 생활을 하면서 친구들이 흔히 쓰는 표현이 낯설다. 친구들은 A군에게 '말투가 어리다'라고 핀잔한다.
#2. 초등학교 3학년 B양은 항암 치료 뒤 교실로 돌아와 많이 울었다. 머리카락이 짧고 늘 마스크를 써야 하는 B양에게 친구들은 '너 남자니?'라고 말하며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3. 초등학교 5학년 C군은 담임 교사의 도움 덕택에 교실로 다시 원만히 돌아올 수 있었다. 막 조리한 음식을 먹어야 하는 백혈병 환우의 면역 식사법에 따라 교사는 C군이 가장 먼저 급식을 먹도록 배려했다. 그러나 또래 학생들은 특혜라며 불평했고, 교사까지 입장이 곤란하게 됐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전남지회가 24일 항암 치료를 마치고 학교에 돌아온 소아암 환아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지적하며 소개한 사례들이다.
힘든 투병 생활을 이겨내고 학업에 복귀해도 소아암 환아들이 겪는 여러 문제 상황에 대해 부모들도 섣불리 문제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회는 전했다.
교사 역시 소아암 환아들이 겪는 불편을 해소하고자 배려한다 해도 자칫 다른 학생·학부모들로부터 역차별 논란이 일까봐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소아암 중 가장 흔히 발병하는 백혈병은 지난해 집계한 5년(2015~2019년) 생존율이 84.5%에 이를 정도로 완치 확률이 높다.
이제는 불치병이라기보다는 완치병에 가깝지만 질환에 대한 오해 등으로 비롯된 사회적 편견이 여전한 실정이다.
치료 후 학교나 사회로의 복귀에 대비해 세심하고도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전남지회 관계자는 "소아암 환아의 교실 복귀에 앞서 전문가들이 미리 또래 학생들에게 백혈병·소아암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고 어떻게 도와야할 지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육 당국도 소아암 환아들의 원활한 학업 복귀 관련 지침부터 마련하고 시민사회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는 다양한 소아암 '학교 복귀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치료로 인한 학업을 중단했다가 복귀한 소아암 환아와 가족들을 위해 장학금과 각종 학교 복귀에 필요한 물품,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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