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뱅크런' 방지책은"…세계 신협 '주목'

[보스턴=뉴시스]이주혜 기자 = "비금융 서비스가 조합원의 충성도를 높이고 위기 상황에서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한국신협이 22일(현지시각) 전 세계 신협 관계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뱅크런 방지책에 대해 강의하며 한국 신협의 경험과 대처 방안을 발표했다.

세계신협협의회(WOCCU)와 미국 신용협동조합연합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이번 세계신협컨퍼런스는 21일부터 24일까지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됐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한국신협은 주요 프로그램인 분할강연 세션에 참여해 '디지털 뱅킹의 위험성'을 주제로 전 세계 신협 관계자를 대상으로 강연했다.

손영우 신협중앙회 주임은 강연에서 지난해 발생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디지털 뱅크런 사례를 언급하며 이에 대응한 한국신협의 대응 방안으로 비금융 서비스를 제시했다.

전통적인 뱅크런은 경제 위기나 광범위한 경영 실패가 원인이었지만 지난해 발생한 디지털 뱅크런은 주로 일부 금융 손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증폭돼 대규모 예금 인출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손 주임은 "조합원 충성도가 디지털 뱅크런의 핵심"이라면서 "가짜 뉴스나 부정적 뉴스의 빠른 확산에도 은행은 고객과 함께 오랜 시간 쌓아온 충성심을 바탕으로 거래를 유지할 수 있는 충성 고객을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디지털 플랫폼 주도권 경쟁이 강화하면서 고객의 거래 금융기관 이동이 활발해진다는 점에서도 조합원 충성도를 쌓는 비금융 서비스가 본질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신협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한국신협의 약 70%가 비금융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소외된 이웃을 위한 사회복지사업, 조합원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문화후생사업, 조합원의 사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경제지원사업 등이다.

강연에서는 은평신협의 문화센터를 영상으로 소개했다. 신협 문화센터는 성인 기타 수업과 서예 수업, 어린이 발레 수업 등의 문화 활동을 지역 주민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한다.

손 주임은 "문화센터 혜택을 위해 가입한 조합원이 예금과 보험 등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서 자산 성장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성장 사이클을 만든다"면서 "문화센터를 운영하는 신협은 주요 재무 지표에서 전국 평균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신협의 비금융 서비스는 '우회로'라고 할 수 있다"며 "디지털 뱅크런을 직접 예방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비금융 사업을 추구해 디지털 뱅크런 문제의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고 신협중앙회는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 강연이 열린 행사장에는 전 세계 신협 관계자 300여명이 자리했다. 이들은 발표자료를 촬영하거나 질문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강연에 참석한 해외 신협 관계자는 "한국신협의 강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문화센터 설립이라는 좋은 개념과 조언을 들었다"면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고 조합원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점에서 이러한 시스템을 따라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한국신협의 디지털금융과 포용금융 사례에 대해 참가국 신협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세션 발표를 통해 관련 사례를 적극 공유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세계신협컨퍼런스에서는 지속가능성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디지털 전환,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을 주제로 50여개의 강연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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