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4%에서 이달 반등 전망…"8월엔 안정"
엽근채소 생산량 전년比↓…배추·무 비축분 방출
국제유가 하락세지만 국내유가 4주 연속 상승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석 달간 2%대를 유지하며 하향 안정세를 찾아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에는 반등할 전망이다. 이달 물가가 2.4%를 웃돈다면 5개월 만에 상승폭이 확대되는 셈이다.
최근 전국에 내린 집중호우로 일부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유류세 인하폭 조정과 일부 공공요금 인상여파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물가가 다시 안정 흐름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폭염과 태풍 등 여름철 기상 악재와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국제유가 상승분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기상이변과 기저효과 등으로 7월은 물가가 일시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지난 1월 2.8%로 둔화했다가 2월 3.1%로 다시 반등했다. 이후 3월(3.1%·보합)을 지나 4월(2.9%)부터 5월(2.7%), 6월(2.4%)까지는 3개월 연속 2% 상승률을 나타냈다.
지난달 상승률인 2.4%는 11개월 만에 최저 상승폭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물가가 반등하면 5개월 만에 상승폭이 확대된다.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관측되는 배경 중 하나는 집중호우로 인한 농축수산물 가격 강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2일 오후 6시 기준 지난 16~21일 내린 호우로 전국 농작물 1389.7㏊가 침수되고 농경지 11㏊가 유실·매몰됐다.
침수 규모는 여의도 면적(290㏊·87만평)의 4.8배에 달한다.
벼가 침수 피해의 84.3%(1172.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 외에 콩(82㏊), 배(15㏊), 고추(10㏊), 멜론(10㏊), 무화과(10㏊), 인삼(10㏊), 수박(7㏊) 등이 뒤를 이었다.
피해의 65.6%가 충남(912㏊)에서 발생했다. 전남(317㏊)과 경기(121㏊)도 100㏊가 넘는 농작물이 침수됐고, 인천(33㏊)과 강원(5㏊), 충북(2㏊) 역시 일부 피해가 집계됐다.
가축은 돼지 150두, 육용 종계 2만7000마리, 염소가 3두가 폐사했다.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여름철 집중호우가 잇따르면서 최근 노지채소류가 가격 강세를 보였다. 통상 상추를 포함한 채소류는 여름철 가격이 상승하는데, 주산지인 충남 논산, 전북 익산에 침수피해가 발생하면서 당분간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농식품부는 관측했다.
전날 기준 깻잎 상(上)품 100g 소매가격은 2097원으로 전주보다 7.0% 상승했다. 전년보다는 11.7% 하락했고, 평년 대비로는 30.9% 상승한 수준이다.
배추 상품 한 포기의 소매가격은 전주보다 8.7% 상승한 5230원이다.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22.9%, 18.7% 상승했다.
무 상품 한 개 소매값은 2811원으로 전주보다 13.4% 상승했다. 전년보다 28.9%, 평년보다 35.2% 올랐다. 배추는 호우 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지만 재배면적 감소로 인해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배추, 무, 상추 등 엽근채소의 생산량은 올해 재배면적이 줄면서 전년과 평년보다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여름 배추는 고랭지 재배로 침수피해는 없으나 잦은 비로 석회결핍증 등 병해충이 발생해 다음 달 공급량이 감소할 전망이다.
최상목 부총리는 "농산물 수급 안정을 위해 7월 중 배추·무 비축분을 하루 300t 이상 방출하고, 침수 작물 재파종 지원, 신속한 재해 복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철 과일의 경우, 출하량이 늘면서 가격이 대체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복숭아(36.7%)와 포도(32.4%), 수박(30.3%)은 이달 중순 기준 전년 대비 출하량이 모두 30% 넘게 늘었다. 사과의 경우, 지난해 여파로 높은 가격이 유지되고 있지만 햇사과 출하로 하락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장마전선 후 오게 될 폭염과 태풍도 향후 농축수산물 물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됐던 제3호 태풍 '개미'가 중국 상하이 쪽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보됐지만 태풍의 강도와 경로에 따라 장마와 폭염의 양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상으로 인한 물가에 대한 일시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유가 상승분도 하나의 변수다. 다음 달 2일 발표되는 이달 물가에는 지난달 국제유가 상승분이 반영돼 일부 물가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최근 중국의 경기 침체와 세계 석유 재고량이 늘면서 국제유가는 최근 5주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하지만 2~3주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국내유가는 최근 4주 연속 상승해 1700원대를 기록했다.
아울러 유류세 인하폭 조정 여파도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두 달 연장하되 인하율을 축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