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때마다 신축 아파트 침수 잇달아
지하층 활용 늘며 브랜드 아파트 피해 부각
기후변화로 국지성 호우…종래 배수론 한계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장마,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 피해를 입은 아파트들의 사진과 영상이 SNS를 통해 퍼져 기사화 되고 있습니다.
특히 오래된 아파트보다는 지어진 지 얼마 안 된 유명 브랜드 아파트가 침수 문제로 몸살을 앓는 사례가 더 눈에 띄는 모습입니다.
올해는 입주한 지 1년이 채 안 된 경기 화성시 남양읍 신축 아파트 물난리가 화제가 됐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아파트를 두고 "워터파크가 열렸다"는 야유 댓글이 달렸습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부터 논란이 된 신축 아파트 하자 문제와 연결짓기도 합니다. 설계나 시공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란 의심의 눈초리입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아파트와 관련해서도 "최근 몇 년 신축보다 10년 된 아파트가 낫다"는 반응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구축 아파트는 조경으로 식재된 뒤 오랜 시간이 흐른 나무 덕에 빗물 흡수력이 더 좋거나, 다년간 집중호우를 겪으며 꾸준히 시설을 보수하고 관리 노하우를 얻은 덕분에 비 피해를 덜 입는 거 아니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지상 주차장이 대부분인 구축과 달리 신축 아파트는 용적률에서 제외되는 지하층에 주차장과 커뮤니티시설을 넣고 있어 우수량을 넘기는 기록적 폭우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다만 건설업계로선 억울한 부분이 많습니다. 설계 규정에 맞게 우수관과 배수시설을 시공해도 기후변화로 인해 단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한계를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6시 기준 수도권에는 누적 강수량(17일부터) 100~200㎜, 경기북부는 300㎜ 이상의 비가 내렸습니다. 침수 피해가 일어난 경기 화성시(향남)에는 시간당 74.0㎜의 폭우가 쏟아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더욱이 브랜드 아파트가 많이 자리한 서울 강남 일대는 여름철 상습 침수지역으로 꼽힙니다. "남편이나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강남의 탄생, 한종수·강희용 저)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대가 낮은 탓입니다.
주목도의 차이도 있습니다. 노후 구축 아파트도 많은 비가 내리면 자잘한 피해를 보고 있지만 지역 아파트값을 견인하는 신축 '대장 아파트'만큼 회자되지는 않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앱)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신축 아파트 관련 문제가 화제에 오르기 쉽습니다.
결국 가장 큰 변수는 기후변화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지난 6월 열린 한국엔지니어링협회 창립 50주년 국제 포럼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이 화두가 됐습니다. 앞으로는 기후변화를 견딜 만한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갖춘 설계가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건설사와 발주처, 당국도 이에 맞춰 기술을 혁신하고 안전기준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집피지기' = '집을 알고 나를 알면 집 걱정을 덜 수 있다'는 뜻으로, 부동산 관련 내용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기 위한 연재물입니다. 어떤 궁금증이든 속 시원하게 풀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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