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정책연구원, 지역소멸 성인지적 분석 포럼
소도시·농촌, 청년남성 대비 청년여성인구 감소 심각
고유출 지역, 청년여성 고용률·육아휴직 이용 다 낮아
"유연근무제 확산해야…안전한 거주지 지원도 필요"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저출생 시대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성격차 해소와 일·생활 균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17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여성정책연구원에서 '저출생 시대, 지역소멸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제136차 양성평등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조선미 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역 인구 감소에 있어 특히 청년여성의 유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 국내인구이동통계와 인구동향조사를 토대로 한 최근 5년 간 도시 유형별 청년인구 증감율을 보면, 인구 50만명 이상의 대도시에서는 2018년 -3.54%에서 2022년 0.71%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소도시(인구 5만~30만)도 -5.96%에서 -5.29%로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인구 5만 미만의 소도시와 농촌에서는 -10.71%에서 -19.12%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소도시와 농촌의 청년여성 인구 감소는 급격했다. 청년남성이 2018년 -10.02%에서 2022년 -17.05%로 줄 때, 청년여성은 -11.70%에서 2022년 -21.59%로 감소폭이 두 배 늘었다.
조 부연구위원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이 ▲노동시장 성 격차 ▲낮은 일·가정 양립 지원 ▲주거 및 소득 안정성 부족에 있다고 분석했다.
인구 유입지역과 고유출지역은 청년여성 고용률, 여성 저임금 근로자 비율, 상용직 근로자 성별 산업 분리 수준,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 이용자수, 청년 여성 주택 소유율 등 5개 부문에서 크게 차이가 났다.
이는 청년인구 고유출지역의 경우 여성에게 일자리 선택의 다양성이 낮고, 저임금 등 보상 수준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유출 지역의 경우 가장 낮은 청년여성 상용직 근로자 중위소득은 월 206만8700원이었는데, 청년인구가 증가하는 지역(224여만원)과 청년 남성 유입 지역(243여만원)에 비해 크게 낮았다.
출산전후휴가, 육아휴직에서도 크게 차이 났다. 특히 최근 들어 저출생 문제 해결의 핵심으로 제시되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의 경우, 청년인구 증가 지역에서 출생아 100명당 10.03명이 이를 사용하는 반면 청년인구 고유출지역에서는 6.19명 사용하는 데 그쳤다.
또 청년인구 고유출지역은 청년여성의 주택 소유율이 6.68%로 낮았고, 주거여건이 전반적으로 취약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조 부연구위원은 "인구감소지역은 공통적으로 청년여성 유출 문제가 심각하므로 지역 인구위기의 효과적 진단을 위해 성별 차이를 고려한 지역 인구감소 대응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며 "청년여성에게 이공계 일자리, 창업과 같은 지역 내 다양한 일자리 부문 진출을 지원해 궁극적으로 지역 노동시장의 구조적 성별분리 완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청년여성의 지역정주 요건으로 노동과 돌봄의 유연한 배치와 병행 지원 방안, 일·생활균형이 가능한 유연한 근무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며 "직장 내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 정착과 함께 청년세대가 선호하는 업무 자율성 제고를 위해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 확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주거의 질은 폭력 피해 등 일상생활의 안전 문제와 직결돼 지역정착의 기피 요인이 된다"며 "청년과 여성의 지역정착이 안정화될 때까지 안전한 거주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황경란 충북여성재단 연구위원은 '충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 여성 인구 유출 현황 및 과제'를 제시했다.
황 연구위원은 인구 감소 문제에서 청년여성의 지역 정주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다양한 일자리 기회 보장, 일·생활균형 제도 활성화 등 경력 유지를 위한 대안 마련, 생활 인프라 개선, 지역의 양성평등 가치 확산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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