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서 20년 이상 근무한 외과 전문의
"필수의료 수가인상 추가 인력고용에 필요"
"의료소송에 경찰 들락날락 누가 지원할까"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장시간 좌상복부에 있는 모든 장기를 다 드러내는 수술임에도 불구하고 양쪽 쌍꺼풀 수술비보다 더 쌉니다."
신동규 서울적십자병원 외과 과장은 1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공공병원 필수의료 외과 의사의 삶'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낮은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의 필요성을 밝혔다.
의대 증원으로 내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인력이 늘어나긴 어렵다며 원가에도 못 미치는 고질적인 낮은 수가(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의료서비스의 대가)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 과장은 "2000년 중반부터 필수의료 지원율이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면서 "필수의료 의사가 모자란 것은 맞지만, 의사 가 모자라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인력의 30% 가량이 미용 등 시장으로 빠지고 있어 의대 증원을 늘린다고 필수의료로 유입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4년 진행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췌장, 비장, 심장, 횡행결장 등 좌상복부에 있는 모든 장기를 다 드러내는 LUAE 수술을 시행했다"면서 "하루종일 하는 수술임에도 불구하고 양쪽 쌍꺼풀 수술비(약 100만~200만 원)보다 더 싼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초 6개월 생존이 예상됐던 환자를 24.5개월간 살 수 있도록 만들어 보람을 느꼈지만, 이런 (저수가) 현실을 알고 스스로의 생명이 단축되는 것을 알면서도 후배들이 외과를 선택하길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신 과장은 "장기를 하나 뗄 때마다 수가는 더 줄어들어 쌍꺼풀 수술만도 못하다"면서 "LUAE 수술에 들어가는 수 많은 장비와 인력을 고려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필수의료 수가룰 인상하면 의사 1인당 받는 돈이 늘어난다기 보다는 추가 인력 고용 등 시스템 확충에 주로 투입돼 결국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신 과장은 보고 있다.
그는 "원하는 것은 충분한 인력이 들어와서 일을 나눠서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면서 "수가를 높여 내 급여를 높여 달라는 것이 아니다. 이러려고 필수의료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병원에서 수가 문제가 해결되면 좀 더 인간답게 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필수의료 기피 문제를 해소하려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로 인해 의사가 감당해야 하는 민·형사상 소송 부담도 대폭 줄여야 한다. 최근 의료 사고에 따른 배상금이 10억 원을 웃도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신동규 서울적십자병원 외과 과장은 1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공공병원 필수의료 외과 의사의 삶'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낮은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의 필요성을 밝혔다.
의대 증원으로 내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인력이 늘어나긴 어렵다며 원가에도 못 미치는 고질적인 낮은 수가(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의료서비스의 대가)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 과장은 "2000년 중반부터 필수의료 지원율이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면서 "필수의료 의사가 모자란 것은 맞지만, 의사 가 모자라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인력의 30% 가량이 미용 등 시장으로 빠지고 있어 의대 증원을 늘린다고 필수의료로 유입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4년 진행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췌장, 비장, 심장, 횡행결장 등 좌상복부에 있는 모든 장기를 다 드러내는 LUAE 수술을 시행했다"면서 "하루종일 하는 수술임에도 불구하고 양쪽 쌍꺼풀 수술비(약 100만~200만 원)보다 더 싼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초 6개월 생존이 예상됐던 환자를 24.5개월간 살 수 있도록 만들어 보람을 느꼈지만, 이런 (저수가) 현실을 알고 스스로의 생명이 단축되는 것을 알면서도 후배들이 외과를 선택하길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신 과장은 "장기를 하나 뗄 때마다 수가는 더 줄어들어 쌍꺼풀 수술만도 못하다"면서 "LUAE 수술에 들어가는 수 많은 장비와 인력을 고려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필수의료 수가룰 인상하면 의사 1인당 받는 돈이 늘어난다기 보다는 추가 인력 고용 등 시스템 확충에 주로 투입돼 결국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신 과장은 보고 있다.
그는 "원하는 것은 충분한 인력이 들어와서 일을 나눠서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면서 "수가를 높여 내 급여를 높여 달라는 것이 아니다. 이러려고 필수의료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병원에서 수가 문제가 해결되면 좀 더 인간답게 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필수의료 기피 문제를 해소하려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로 인해 의사가 감당해야 하는 민·형사상 소송 부담도 대폭 줄여야 한다. 최근 의료 사고에 따른 배상금이 10억 원을 웃도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신 과장은 "후배들이 외과를 지원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의료 소송의 두려움 때문"이라면서 "환자에게 위해를 가하려 하지 않았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할 경우 언제 경찰서에서 연락이 올까 걱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공공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수술 중 하나로 '외과 수술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고난도 수술인 '휘플 수술(Whipple operation·췌십이지장절제술)'을 예로 들었다.
그는 "두 달 가량 전부터 명치부 통증과 식욕 감퇴, 구역감,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난 50대 쪽방촌 주민을 대상으로 휘플 수술을 시행한 적이 있다"면서 "어시스트 3명이 투입됐고 6~8시간 정도 소요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월세(30만 원)를 밀려 쫓겨날 처지여서 퇴원을 못 하신다고 하셔서 도와드린 기억이 있다"고 했다.
공공병원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의술의 급속한 발전과 국민의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 요구에 따라 국내에 도입된 지 20년 이상된 세부·분과 전문의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 과장은 "공공병원은 재정이 열악해 대장암, 폐암, 간암, 유방암 등 분과 전문의를 일일이 다 채용할 수 없다"면서 "한 사람이 모든 책임을 다 짊어지지 않으면 공공병원 필수의료는 전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외과는 간담췌외과, 소아외과, 상부위장관 등 여러 분과로 나뉘고 질환도 폐혈증, 장마비, 장폐색, 탈장, 화상 등으로 다양하다"고 했다.
신 과장은 의대 증원 사태 여파로 필수의료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결국 외과 같은 필수의료 인력이 계속 줄고 그나마 남아있는 필수의료 진료과도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깨어져 방어 진료와 소송전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과장은 서울아산병원 펠로우(전임의)를 거쳐 서울의료원 등 공공병원 외과 의사로서 20년 넘게 근무했다. 수술 건수만 서울의료원에서 1469건, 서울적십자병원에서 3231건 등 총 4700건에 달한다. 종괴 절제술 850건, 탈장 수술 677건, 식도·위·십이지장 수술 439건, 두경부 종괴 절제술 254건, 기타 외과 수술 962건 등 다양하다.
그는 "서울의료원에서 과장으로 10년 가량 일했지만 사립대학 펠로우를 몇 년하고 퇴직한 친구보다 퇴직금이 훨씬 더 적더라"면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던 게 분명한데, 세상에 때로는 (이런 사람도)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인도네시아, 카메룬 등 의료 취약지 10여개 국에서 의료 봉사도 해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신 과장은 공공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수술 중 하나로 '외과 수술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고난도 수술인 '휘플 수술(Whipple operation·췌십이지장절제술)'을 예로 들었다.
그는 "두 달 가량 전부터 명치부 통증과 식욕 감퇴, 구역감,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난 50대 쪽방촌 주민을 대상으로 휘플 수술을 시행한 적이 있다"면서 "어시스트 3명이 투입됐고 6~8시간 정도 소요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월세(30만 원)를 밀려 쫓겨날 처지여서 퇴원을 못 하신다고 하셔서 도와드린 기억이 있다"고 했다.
공공병원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의술의 급속한 발전과 국민의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 요구에 따라 국내에 도입된 지 20년 이상된 세부·분과 전문의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 과장은 "공공병원은 재정이 열악해 대장암, 폐암, 간암, 유방암 등 분과 전문의를 일일이 다 채용할 수 없다"면서 "한 사람이 모든 책임을 다 짊어지지 않으면 공공병원 필수의료는 전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외과는 간담췌외과, 소아외과, 상부위장관 등 여러 분과로 나뉘고 질환도 폐혈증, 장마비, 장폐색, 탈장, 화상 등으로 다양하다"고 했다.
신 과장은 의대 증원 사태 여파로 필수의료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결국 외과 같은 필수의료 인력이 계속 줄고 그나마 남아있는 필수의료 진료과도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깨어져 방어 진료와 소송전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과장은 서울아산병원 펠로우(전임의)를 거쳐 서울의료원 등 공공병원 외과 의사로서 20년 넘게 근무했다. 수술 건수만 서울의료원에서 1469건, 서울적십자병원에서 3231건 등 총 4700건에 달한다. 종괴 절제술 850건, 탈장 수술 677건, 식도·위·십이지장 수술 439건, 두경부 종괴 절제술 254건, 기타 외과 수술 962건 등 다양하다.
그는 "서울의료원에서 과장으로 10년 가량 일했지만 사립대학 펠로우를 몇 년하고 퇴직한 친구보다 퇴직금이 훨씬 더 적더라"면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던 게 분명한데, 세상에 때로는 (이런 사람도)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인도네시아, 카메룬 등 의료 취약지 10여개 국에서 의료 봉사도 해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