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동상 닦고 백악관 파괴 게임"…北 캠프 경험담 공개

[서울=뉴시스]황진현 인턴 기자 = 9년 전 북한 여름 캠프에 참가한 러시아인이 당시 경험을 공개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CNN은 2015년 여름 북한 강원 원산시 송도원 국제 어린이 캠프에 방문했던 러시아 출신 유리 프롤로프(25)가 당시 북한에서 했던 경험을 보도했다.

프롤로프는 고등학교 시절 북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북한에 관심이 생겼다. '북한과의 연대'라는 이름의 그룹에 가입했고, 모임을 통해 북한에서 열리는 캠프에 참여하게 됐다.

15일간의 일정으로, 참가비는 교통·숙박·식사 비용이 모두 포함된 500달러(약 68만원)이었다.

캠프장에는 라오스, 나이지리아, 탄자니아,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아이들이 있었다. 북한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는 마지막 날 뿐이었다고 한다.

프로그램 중에는 해변 소풍과 모래성 쌓기 대회 등도 있었지만 특이한 활동도 있었다고 한다. 캠프 참가자들은 오전 6시에 일어나 김일성과 김정일의 동상을 청소해야 했는데, 그보다 더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이 이미 관리 중이었다고 한다.

그는 탱크를 탄 햄스터 캐릭터가 미국 백악관을 파괴하는 온라인 게임도 했다고 전했다. 프롤로프가 같이 게임을 하던 북한 아이들에게 "누구를 쏘고 있냐?"고 묻자 "우리의 원수, 미국인들"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프롤로프는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보름 동안 5㎏가량 체중이 감소했고, 아플 때도 아침 운동을 시켜 화가 났다고 했다.

그는 "많은 것이 가짜 같았다. (나 같은) 아이에게도 설득력이 없었다"며 "끔찍한 경험까진 아니었지만 지루했다. 인터넷이 없다는 점을 빼면 러시아에서 열리는 캠프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프롤로프는 이듬해인 2016년에 북한 여름 캠프에 참가했다. 그는 당시 결정이 어리석었다면서도, 북한에서 경험했던 일들을 이야기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밝혔다.

CNN은 "프롤로프의 이야기는 북한 여름 캠프에서 외국 아이들이 겪는 희귀한 경험과 문화 교류 및 선전을 혼합해 아이들의 마음을 세뇌하려는 북한의 노력을 보여준다"며 "북한은 끊임없이 이념적 통제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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