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 "정문 앞 이승만기념관? 반대운동 할 것"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이승만기념관 건립은 불교 역사의 왜곡을 넘어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일입니다."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 상진스님은 12일 서울 종로구 법륜사 대웅보전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이승만기념관 건립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상진 스님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종단과 불교계의 엄중한 현실 앞에서 항상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지난 1년을 보내왔다"며 "그중에서도 현재 송현녹지광장에 이승만기념관 건립 계획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이자 불교도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만 정권에 대해 "정교분리라는 헌법 정신을 무시하고, 7차에 걸친 유시 발표를 통해 불교계에 법난을 촉발시켰다"며 "자신의 정치적 목적과 특정 종교의 교세 확장을 위해 국가권력을 동원해 불교를 억압함으로써 친일불교 청산과 근대불교의 새로운 태동을 위한 한국불교의 자정 노력을 무산시켰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이승만기념관 건립 장소로 열린송현녹지광장을 검토하고 있다. 이 곳은 불교계의 성지와도 같은 곳으로 평가된다. 근세불교의 명맥을 이어온 금강산 유점사의 경성포교소였고, 태고종 불이성 법륜사와 총무원사가 자리하고 있다. 약 200m 거리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도 지척이다.

또 인근에 위치한 덕성여자중학교가 4·19 혁명 당시 총상으로 숨진 여중생 2명의 모교이기도 하다.

상진 스님은 "헌법에 '대한민국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아픔과 한이 서린 장소에 기념관을 세우는 것은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며, 불교계 뿐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고 국민을 모욕하는 반민족적 기망 행위"라고 강조했다.

태고종은 이날 총무원 교육원장 재홍 스님을 위원장으로 한 '한국불교태고종 종교편향불교유린특별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이승만기념관 건립 계획이 철회될 때까지 반대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태고종 관계자는 "건립 계획을 계속 추진할 경우 '한국불교태고종 종교편향불교유린특별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조계종은 물론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등과 협조해 전 불교도가 반대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재홍 스님은 "종교 편향적인 이승만 대통령의 기념관이 최대 피해자인 종단 태고종 정문 앞에 있는 송현공원에 세워지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4월 총무원장에 선출된 상진 스님은 불교문화사업단을 총무원장 직속으로 두고 문화재를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불교문화 사업단 운영이 잘 되고 있다"며 "태고사, 용궁사, 선암사 등 현재 우리 종단에 관심 있는 사찰들을 운영하기 위해서 모든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공약한 내용들이 조금씩 이행이 돼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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