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옻나무는 세계 여러 곳에 자생하는데, 특히 동아시아 한국, 일본, 중국은 우루시올이 들어간 옻나무 수액을 공통으로 사용했다.
삼국 칠기는 습기와 병충해에 강하며 쉽게 부패하지 않아 땅속에 묻혀도 1000년 넘게 견딘다. 이는 옻나무 수액 속 성분 우루시올 때문이다.
서양 바니시보다 우수한 아시아 대표 안료 옻칠이 사용된 아시아 칠기는 생활용품으로도 수준 높은 공예품으로도 널리 만들어졌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9일 언론에 공개한 한·일·중 국립박물관 공동특별전 '三國三色-동아시아의 칠기'전은 수천년 칠기 기술을 집약한 시간의 예술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오세은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삼국은 같은 옻칠을 가지고 우리나라는 나전, 본은 마키의 중국은 조칠이란 각자 독특한 개성을 가진 공예품을 완성했다"며 "이번 전시에 출품된 14세기부터 19세기에 제작된 삼국 대표 칠기들은 고유 장식 기법을 보여주는 삼국의 대표 공예품"이라고 소개했다.
전시 앞에 설치된 미디어아트에서는 이번 전시품들 중 각국의 최고 화려한 칠기들을 비교해 볼 수 있다.
한국, 일본, 중국 칠기는 ‘붙이고 뿌리고 새기는’ 기법으로 각자 다르게 발전해왔다. 오 학예연구사는 "붙이고 뿌리고 새기는 삼국 고유의 장식기법과 형태, 색책, 무늬가 감긴 칠기 모두 독창적이면서도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며 "시간의 예술이라고도 불리는 최고의 명품"이라고 소개했다.
중국 칠기는 8000년 전 신석기시대부터 명·청대까지 발전했고 단색으로 칠해진 실용품부터 화려한 장식 공예품까지 다양한 작품이 만들어졌다.
중국 칠공예 기법 중 가장 독특한 기법은 은칠 기술, 회화, 조각이 결합한 조칠기법이다. 조칠기는 칠 층의 두껍고 얇음, 색채, 조각기법에 따라 다채로운 장식 효과를 낼 수 있다. 붉은색, 검은색, 노란색, 자주색, 흰색 옻칠이 활용됐다.
명대 척서 기법의 '조칠 구름무늬 탁자', 청대 건륭제 시기 '조칠 산수·인물무늬 운반 상자'가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조칠 산수·인물무늬 운반 상자는 당시 궁정 공예품에 표현된 붉은 옻을 여려 겹 칠한 후 무늬를 조각한 척홍 기법의 뛰어난 수준을 잘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고려·조선시대를 이어가며 나전칠기가 독보적으로 발전했다. 보는 방향에 따라 진주빛, 무지개빛이 나는 나전칠기는 1000년을 이어 한국인의 사랑을 받은 대표 전통 공예품이다.
오 학예연구사는 "나전칠기는 지금도 세계적으로 정교한 기술 화려한 문양으로 굉장히 높게 평가되는 수준 높은 공예품"이라며 "고려 시대 양식을 이었지만 조선시대 중기부터 자체적으로 생활용품, 가구 등 필요한 물건들에 나전을 장식하면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문양도 불교국가 고려 시대에는 연꽃무늬, 당초무늬가 장식됐는데 조선으로 넘어오면서 자연, 십장생 등의 무늬들이 장식되면서 툭유한 화려함을 더했다"고 덧붙였다.
고려시대 '나전 칠 모란·넝쿨무늬 경전 상자'와 '나전 칠 봉황·꽃·새 소나무무늬 빗접', 고(故)이건희 회장의 기증품 '나전 칠 십장생무늬 이층 농'은 조선의 다양한 무늬와 기법을 보여준다.
일본 칠공예 기법은 옻칠로 그린 무늬에 금가루나 은가루를 뿌리는 마키에 기법이다. 8세기 나라 시대에 등장한 이 기법은 12세기 말 헤이안 시대 옻칠 위에 작은 입자 가루를 뿌리고 마무리하는 히라 마키에 등장으로 제작 과정이 단순해져 널리 전파됐다.
도기다시 마키에 기법의 '마키에 칠 연못무늬 경전 상자'를 비롯한 다양한 기법의 마키에 칠기, 유럽으로 수출된 남만칠기, 차 관련 칠기, 에도시대 대표 남성 장신구 인롱은 화려한 일본 장식 기법을 보여준다.
전시는 오는 9월22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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