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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주장' 택시기사, 블랙박스 보니…가속페달만 밟았다

기사등록 2024/07/05 16:05:53

최종수정 2024/07/05 17:13:48

올해 2월 UNECE에서 블랙박스 영상 첫 공개

지난해 서울 도심서 발생한 전기차 급발진 주장 사고

한국교통안전공단, 사고기록장치 분석해보니

"운전자, 브레이크 착각해 가속페달 수 차례 밟아"

일본, '페달 오조작 급발진 억제장치' 의무화 예정

한국교통안전공단 발표 자료 (사진=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교통안전공단 발표 자료 (사진=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지난 1일 16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시청역 사고 운전자 차모(68)씨의 급발진 여부를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주택가 담벼락을 들이받고 급발진을 주장한 택시의 페달 블랙박스 영상이 이목을 끈다.

이 영상에는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반복해서 밟는 모습이 담겼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 2월 27일 자동차 국제기준제정기구(유엔 WP29.) 산하 페달오조작(ACPE) 전문가기술그룹 회의에서 한 택시 운전자의 급발진 주장 사고에 대해 발표했다. 발표 자료는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 홈페이지에도 게재돼 있다.

급발진 주장 사고 관련 처음으로 페달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된 것이다.

사고는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12시 52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65세 남성이 운전하던 전기 택시가 시내를 주행하다가 담벼락을 들이받았고 운전자는 "우회전 중 급발진으로 감속페달(브레이크)를 수차례 밟았으나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찰은 페달 블랙박스를 포함해 총 6개로 구성된 블랙박스 영상을 수거해 분석했다. 그 결과 운전자는 골목에서 우회전한 뒤 3초간 30m를 달리는 와중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뗐다를 6차례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가속 페달을 7번째 밟은 후 충돌할 때까지 발을 떼지 않았다.

담벼락에 충돌하기 전까지 총 119m(약 7.9초)를 달리는 동안 택시 기사는 단 한 번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았다. 충돌 직전 차량 속도는 시속 61㎞로 추정된다.
(이미지=유튜브 '모카'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미지=유튜브 '모카'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페달을 수 차례 밟아 차의 속도가 빨라지는데도 운전자는 자신이 밟은 페달이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페달(액셀)이란 걸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116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이자 자동차 전문 기자인 김한용 모카 대표는 지난 4일 유튜브 영상에서 "차가 튀어 나갔는데 노련한 사람(운전자)이 어떻게 (페달을) 옮겨 밟지 못할까 (생각할 수 있다). 흔히 생각할 때 (페달을) 밟았다가 튀어 나가면 '어? 아니었구나'하고 옮겨 밟을 걸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가속페달을 밟고 차가 엄청난 속도로 튀어 나가고 당황하게 되면 노련한 택시 운전자도 절대 이 페달에서 발을 쉽게 뗄 수가 없다"며 "이미 자기가 머릿속에서 급발진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급발진이 일어날 거라고 믿는 사람에겐 차가 튀어 나갔을 때 '급발진이 일어났구나'라고 생각한 상황에서 무서운 급발진을 막는 방법이라곤 지금 밟고 있는 페달을 더 밟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발표 자료에서 "급발진 주장 차량 28대의 사고기록장치(EDR, 사고 직전 5초간의 가속페달과 감속페달의 작동 상황이 기록)을 분석한 결과, 가속페달을 70% 이상 밟았을 때 평균 차량 속도는 시속 8.6㎞로 나타났다. 0.5초 전 평균 속도는 시속 4.9㎞였다. 운전자는 차량의 이상(페달 오작동)을 감지하고 0.13초 만에 가속페달에서 발을 완전히 뗀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전자는 가속페달을 여러 번 밟는데, 첫 번째 가속페달을 100% 밟는 데 약 0.2초가 걸렸다. 두 번째 밟는 데에는 약 0.1초로, 첫 번째보다 절반으로 줄었다. 가속페달을 떼기 전 약 0.6초 동안은 가속페달을 밟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3번째부터 그 간격이 짧아졌고 7번째 이후 운전자는 충돌이 발생할 때까지 계속해서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부연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발표 자료 (사진=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교통안전공단 발표 자료 (사진=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같은 페달 오인 사고는 전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다.

최근에는 주요 국가에서 의도하지 않은 가속의 주요 원인이 페달 오인 때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는 페달 오인 방지장치(ACPE)에 대한 글로벌 평가 기준과 법규 제정을 위해 논의하고 있다.

고령화를 먼저 겪고 있는 일본에서는 ACPE를 오래전부터 상용화했으며 설치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2019년 도쿄 이케부쿠로에서 80대 후반 운전자가 횡단보도로 질주해 30대 여성과 딸이 사망했고, 2022년에는 후쿠시마시에서 97세 운전자가 인도를 덮쳐 행인 1명이 숨졌다.

지난달 27일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국토교통성은 이르면 내년 6월부터 모든 신차에 페달 오조작 급발진 억제 장치(PMPD)를 설치하도록 할 계획이다. PMPD는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잘못 밟았을 때 엔진 출력을 자동으로 줄여 급발진을 막아준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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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주장' 택시기사, 블랙박스 보니…가속페달만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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