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역 사고 피해 사망자 9인 발인
서울대병원·세브란스 등 장례식장서 엄수
회사 동료 100여명 도열해 마지막 인사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아이고…아이고…"
4일 이른 새벽,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장마로 다소 눅눅한 날씨, 고요한 지하주차장에서 한 여성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붉은색 천으로 덮인 관이 운구차에 들어가자 유족들의 곡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모(52)씨의 영정 사진을 든 남성이 허망한 표정으로 조수석에 앉았고, 이내 흰 장갑을 낀 손으로 붉어진 두 눈을 감쌌다. 파란 유니폼을 입은 장례지도사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
운구차가 지상으로 올라오자 참석자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차량을 뒤따랐다. 이씨의 회사 동료 100여명이 도열해 운구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봤다. 차량이 빠져나가고도 장례식장 앞 한 귀퉁이에서는 두 남성이 손수건으로 잔뜩 충혈된 눈가를 훔쳤다.
서울시청역 역주행 사고 피해 사망자 9명의 중 7인의 발인식이 4일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차례로 엄수됐다. 이날 오전 5시께 먼저 발인이 진행된 동료 3명에 이어 이씨의 발인식은 오전 10시께 치러졌다.
이 4명은 사고 지점 인근에 본사를 둔 시중 은행의 40~50대 동료 직장인들이다. 승진 기념 회식을 마친 뒤, 집 방향도 같아 함께 택시를 타고 귀가하려던 중 함께 변을 당했다.
이곳은 발인 전인 오전 5시께부터 조문객으로 가득 찼다. 은행 동료 100여명이 운구차가 나오는 출구에 나란히 서서 두 손을 모으고 고인들을 기다렸다.
오전 5시17분께 박모(42)씨의 관이 실린 운구 차량이 나오자 유족들은 "아이고"하며 오열했다. 이들 동료 중 막내인 박씨는 부지점장급 직원으로 사고 당일 발표된 하반기 정기인사 승진 명단에 올랐다.
운구 차량이 장례식장을 빠져나간 뒤로도 발인에 참석한 유족과 친구, 직장 동료 50여명은 바로 자리를 뜨지 못하고 서성였다. 휴가를 내고 찾아와 고인을 배웅한 이도 있었다.
10분 뒤, 이모(52)씨의 운구 차량이 나오자, 유족들은 허망한 표정으로 차량을 뒤따랐다. 이씨는 3명의 자녀를 둔 가장이며 그중 막내아들은 아직 고등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새벽시간대 예정됐던 발인 중 가장 마지막 순서는 이모(54)씨였다. 오전 5시37분께 이씨의 운구 차량이 빠져나가자 한 여성은 차량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절규했다. 뒤에서 지켜보던 조문객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해당 은행 관계자는 유족들이 발인에서 더 큰 상처를 받고 힘들 수 있다고 전하며 취재 분위기가 과열되지 않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병원 용역업체 직원으로 파악된 또 다른 피해자 3명 김모(30)씨, 양모(30)씨, 박모씨(38) 발인도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엄수됐다.
같은 날 서울시청 공무원 김모(52)씨와 윤모(31)씨의 발인도 각각 국립중앙의료원과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다만 이들의 운구차량은 장례식장을 떠난 뒤 서울시청을 들러 고인의 영정 사진과 함께 이들의 생전 일터를 한 바퀴 돌고 장지를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일 오후 9시27분께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하던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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