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 직원 채용 중복…"자존심 대결"

[서울=뉴시스]이지용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하루 차이를 두고 대규모 직원 채용 공고를 내면서, 첨단 반도체 뿐 아니라 직원 확보 측면에서도 경쟁한다. 특히 7월은 여름철로 통상 반도체 기업에서 채용을 하지 않는 달이다.

양사는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 기술 개발 등 동일 부문에서 대규모 채용을 진행해, 이 분야의 인재 경쟁도 예고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신입과 경력 사원을 채용하는 공고를 냈다. 전체 채용 규모는 세 자릿수다. 통상 반도체 기업 채용이 매년 4월과 9월에 이뤄진 것을 감안할 때 이번 7월 채용은 이례적이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도 오는 9일까지 무려 800여개 부문에서 경력직 채용에 나서며 인재 확보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에도 DS부문에서 경력 사원을 뽑은 적 있는데, 불과 5개월 만에 다시 대규모 채용에 나선다.

이번 채용에서 주목할 점은 양사 모두 HBM과 차세대 메모리 기술 등 비슷한 사업 분야에서 인력 확보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들 분야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핵심 기술군으로 불린다.

삼성전자는 HBM과 관련해 설계 및 회로 검증 분야에서 인재 채용에 나선다. 차세대 제품 소자 및 공정 개발을 위한 인력도 뽑는다.

SK하이닉스 역시 HBM 디지털·아날로그 혼합 설계 검증 및 HBM 패키지의 품질·수율(양품 비율) 개선 및 안정화를 담당할 경력직을 채용한다.

양사는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에서도 정면으로 인재 확보 경쟁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인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와 관련해 칩 설계와 하드웨어 개발 분야에서 직원들을 모집한다. CXL은 메모리 반도체와 중앙처리장치(CPU)를 연결해 처리 속도를 높이는 차세대 신기술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핀펫(FinFET)'에서 경력직도 채용한다. 최근 시스템 반도체 활용도가 커진 만큼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의 기술들을 통합하겠다는 의도다. 핀펫은 반도체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이는 공정 기술이다.

이 같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인재 확보 경쟁은 이들을 위한 '임금 경쟁'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2020~2022년 양사가 나란히 올린 초봉 금액만 700만원이다. 2021년 3월 삼성전자가 대졸 초임 사원 연봉을 445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올리자, 같은 해 6월 SK하이닉스도 초임을 5050만원으로 더 높이 올리며 삼성전자를 역전했다. 이후에도 양사는 더 높은 초임 임금을 놓고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재 확보 경쟁에서 이겨야 AI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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