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5대 은행 주담대 3개월간 15조 넘게 증가
신생아 특례대출 9억 이하 아파트 매수세 활발
전·월셋값 급등·주택 공급 부족…"차라리 집 사자"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한 번 상승장을 경험하니 이자가 부담스럽지만, 내 집 마련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직장인 박모(36)씨는 최근 경기도 안양의 한 아파트를 6억5000만원에 샀다. 이 중 3억원 가량은 대출을 받았다. 박씨는 매달 원리금과 이자로 200만원 가까이 지출해야 한다. 박씨는 "집값이 서서히 오르면서 지금 아니면 내 집 마련을 영영 못 할 것 같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내 집을 샀다"며 "결혼 후에 맞벌이하면서 은행 대출금을 갚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14주 연속 상승한 가운데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시중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3개월간 15조원 넘게 늘어나는 등 영끌족들의 주택 매수세가 증가하고 있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가능한 9억원 이하 아파트들 향한 영끌족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른바 영끌족 성지로 불렸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의 집값 회복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노원아이파크(전용면적 180㎡)'는 지난 5월 16일 9억2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찍었다. 2017년 종전 신고가인 7억3000만원보다 1억9000만원 오른 금액이다. 또 지난달에 강북구 수유동 '삼성타운(전용면적 84㎡)'이 5억1300만원에, 도봉구 창동 '세인트라디움(전용면적 52㎡)'는 2억3750만원에 각각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서울에서 생애 최초로 아파트를 매수한 비율이 2년 7개월 만에 40%대를 돌파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5월 기준 법원등기정보에 공개된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 매수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매매 중 생애 최초 매수자 비율이 42.8%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35.0%)보다 7.8%p(포인트) 올랐다. 지난 2021년 10월(41.2%) 이후 2년 7개월 만에 40%를 웃돌았다.
생애 최초 주택을 장만한 비율이 높아진 데는 최저 연 1%대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금융 상품이 출시된 영향이 크다. 지난 1월 출시된 신생아특례대출은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을 연 1.2~3.3%의 초저금리로 빌려주는 상품이다. 당초 부부 합산 연 소득이 1억3000만원보다 낮아야 신청할 수 있었지만, 하반기부터 2억원, 내년부터 3년간은 2억5000만원으로 소득 기준이 상향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 가계대출이 6월 기준 전달 보다 6조 원 늘며 7개월 만에 최대로 늘었다. 주담대 증가폭이 5조7000억원으로, 한 달 만에 1조2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하반기 신생아 특례대출 대한 신청 기준 완화와 금리 인하 기대감이 겹치면서 영끌족들의 매매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집값 상승과 함께 전월셋값이 계속 치솟고 있는 것도 영끌족들의 주택 매수세를 부채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치솟는 전·월셋값과 전세사기, 주택 공급 부족 등의 여파로 앞으로 집값이 더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젊은 세대들이 주택 매입에 나서고 있다"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마저 2%대까지 하락하면서 주택 임대차시장에 머물기보다 이 기회에 영끌로 대출을 받아 부동산 사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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