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조선의 승려가 조각한 꽃을 든 보살상이 튤립의 나라를 찾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3일부터 오는 2026년 5월까지 2년 간 네덜란드국립박물관 아시아관에 '목조관음보살상'을 특별 전시한다.
이번 특별공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국외 한국실 지원사업으로, 네덜란드에서의 첫 프로젝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2년간 네덜란드국립박물관에 동아시아 문화를 균형있는 시각으로 보여주고자 중국과 일본 불상만 있는 아시아관에 조선시대 불상 전시를 협의해 왔다.
지난해 12월 국립중앙박물관과 네덜란드국립박물관은 전시품 대여, 한국코너 개편 지원 등 교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네덜란드국립박물관이 이번에 초대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은 18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목조관음보살상이다.
관음보살은 사람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보고 듣는다는 데서 유래한 자비의 화신이다. 머리에 화려한 보관을 쓰고 손에 연꽃을 든 이 불상은 지난 2021년 '조선의 승려 장인' 특별전에 출품된 바 있다.
이 불상을 조각한 승려 이름은 전하지 않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표정, 양 어깨에 드리운 머리카락, 구불구불한 옷 주름 등 독특한 표현 방식에서 조각승 진열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진열은 1700년대 중반부터 1720년대 전반까지 수조각승으로 활동했다. 부산 범어사 관음전 관음보살상 작가이기도 하다.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는 전시품을 보존 처리하던 중, 보관 장식이 본래의 것과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특별전 준비팀과 입수 당시 자료와 양식적 특징을 조사하면서 후대에 잘못 결합한 부분을 찾아 본래 모습을 찾았다.
불상 컴퓨터 단층 촬영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불상의 몸체와 대퇴부 이하 무릎 부분 목재는 따로 조각해 접목하고, 몸통과 연결할 때는 'ㄷ'자 모양의 거멀쇠를 사용했음이 확인됐다.
이 불상은 조선 후기에 승려 장인들이 활동했던 당시 사회 분위기와 불교조각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조선시대 목조상은 두 손과 머리에 쓰는 보관, 손에 든 연꽃을 별도로 조각해 끼우므로 제작 당시의 것이 손상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드물다. 이 불상은 승려 조각가가 만들었을 당시 원형을 잃지 않고 있어 의미가 있다.
네덜란드국립박물관은 '라익스박물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렘브란트의 '야간 순찰대', 페르메이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 등 렘브란트, 페르메이르, 반 고흐 등 네덜란드 대표 작가들 작품을 비롯해 100만점 넘게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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