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이원석 검찰총장은 2일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의 수사를 이끈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 이 대표가 재판장을 맡아 재판을 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시도를 '위헌탄핵', '방탄탄핵'이라고 규정했다.
이 총장은 이날 오후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사 몇 명을 탄핵한다고 해도 있는 죄가 없어지거나 줄어들지도, 형사처벌을 모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의 검사 탄핵을 한마디로 규정하면 '이 대표라는 권력자를 수사하고 재판하는 검사를 탄핵해 수사와 재판을 못 하게 만들고, 권력자의 형사처벌을 모면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 사유도 없이 단지 권력자를 수사했다는 이유만으로 탄핵이 현실화된다면, 우리는 문명 사회에서 야만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이미 기소돼 1심 판결이 선고됐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법원의 법정을 국회로 옮겨와서 피고인인 이 대표가 재판장을 맡고 이 대표의 변호인인 민주당 국회의원과 국회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이 사법부 역할을 뺏어와 재판을 다시 하겠단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민주당의 검사 탄핵시도를 '위헌탄핵', '위법탄핵', '사법방해탄핵', '보복탄핵', '방탄탄핵'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민주당과 국회가 사법부 권한과 역할인 재판권을 빼앗아 와 직접 재판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헌법 101조에 사법권은 법원에 속한다는 규정을 위반해 헌법상 삼권분립과 법치주의에 정면으로 반하며 사법부의 독립과 판사의 독립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위헌적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감사 및 조사법 제8조는 국회의 감사나 조사는 재판과 수사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국회 권한에 대한 본질적 한계를 규정하고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를 명확히 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탄핵 추진은 헌법과 법률에 위반한 위법 탄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탄핵소추 의결만으로도 검사들은 직무가 정지되고 수사와 재판에서 배제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며 "권력자에 대한 수사의지를 꺾고 손을 떼게 하려는 것이다. 다른 검사들에게도 본보기를 보여 위축시키려는 보복조치"라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그에 더해 아예 사법 시스템을 무너뜨려서 이재명에 대한 형사처벌 자체를 근본적으로 지워버리겠다는, 방탄 목적 시도"라고 덧붙였다.
그는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우리 국민이 애써 지켜온 헌법과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공동체의 상식을 붕괴시키는 것"이라며 "이처럼 직권을 남용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탄핵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바로 정확히 탄핵사유에 해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에 제출된 탄핵소추안을 내용을 검토한 결과 명확한 탄핵소추 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발의된 탄핵안의 참고자료에는 언론기사 외에는 아무것도 붙어있지 않다"며 "공무원이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없는데도 탄핵을 했다는 건 위헌탄핵, 위법탄핵, 사법방해탄핵, 보복탄핵, 방탄탄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검사들이 만약 탄핵소추가 의결돼 직무에서 배제되면, 제 뒤에 있는 대검 검사들을 보내서라도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며 "그것이 제 의무이자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노자가 쓴 도덕경에 나오는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하늘의 그물은 크고 넓어 성긴 듯 하지만 놓치는 법이 없다)라는 고사를 언급하며 "검찰은 국회 절대 다수당의 외압에 절대 굴하지 않고 반드시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선 "검찰개혁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정확하게 보면 '검찰청 폐지 법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르게 말하자면 검찰청 문을 닫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났다고 대통령제를 없애고, 국회의원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국회 문을 닫느냐"고 말했다. 이어 "검사 탄핵도, 검찰 개혁을 빙자해 범죄에 대응할 수 없게 하는 것과 같은 궤라고 본다"고 했다.
이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검찰 수사 현안에 대해서도 직접 생각을 밝혔다. 또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의 갈등설에 대해선 일축했다.
그는 김건희 여사 조사 일정에 대해 "제가 수사지휘권에서 배제된 상태라 구체적인 일정을 말하긴 어렵다. 수사팀에서 결정해서 정할 것"이라면서도 "누차 말하지만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답했다.
쿠팡 관련 사건 배당으로 불거진 서울중앙지검과 불화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중앙지검장과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서로 웃고 말았다"고 했다.
아울러 "사전에 중앙지검의 의사를 물어 배당한다. 대검이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공정거래조사부의 수사 여력이 가능한지 확인해서 당장 착수 어렵다고 해서 기업 소재지인 동부지검에 사건 배당한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 총장이 직접 기자실을 찾아 현안에 대한 입장 발표를 자처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주요 간부들도 모두 자리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 전 대표 관련 수사를 맡은 검사 4명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다. 야당 단독으로 검사 탄핵안들을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해 조사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
탄핵 대상은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 이재명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의혹을 수사한 엄희준·강백신 검사,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조카인 장시호씨와 관련해 뒷거래 의혹이 제기된 김영철 검사 등 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