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Ian Robertson 교수·Claire McCaslin-Brown 기획
유화 22점·드로잉 46점 등 총 65점 전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나에게는 유럽 전통의 모든 시대와 예술가가 현대적입니다. 그들은 생생하게 살아 있고, 나는 그들을 내 서커스에 초대합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하고 초현실적인 작품을 선보인 영국 작가 파토 보시치(46·Pato Bosich)의 한국 첫 개인전이 열렸다.
2일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펼친 보시치 전시는 '추상적 풍경화'로 알려진 유화 22여 점과 드로잉 46점 등 총 65점을 선보인다. 칠레 출신인 작가는 남미의 뿌리와 유럽, 현재의 영국 환경에 영향을 받은 독특한 관점의 화면을 가져왔다.
이 전시는 서울 인사동 선화랑의 13년 만의 해외 작가 전시로 특히 주목된다. 1977년 설립한 선화랑은 인사동 터줏대감 화랑으로, 그동안 국내 중견 원로 작가들의 산실로 유명했다. 2011년 창립자인 김창실 대표 타계 후 며느리인 원혜경 대표가 선화랑을 맡아 운영하면서 중견 원로 작가 전시는 물론 신진작가 발굴로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선화랑은 보시치의 전시를 열기 위해 소더비 인스티튜트 전 학장인 홍익대학교 이안 로버트슨(Ian Robertson)교수, 맥킨지와 소더비 출신의 미술 기획자 클레어 맥캐슬린-브라운(Claire McCaslin)등 국내외 미술계 전문가들과 협업했다. 이번 전시 작품은 전문가들과 기획하고 엄선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시치는 런던 대영박물관과 내셔널 갤러리 등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아시리아, 메소아메리카, 그리스, 메소포타미아 등의 유물 컬렉션과 고전 회화를 감상하며 많은 영감을 얻기도 했다고 한다.
18세에 고향인 칠레를 떠나 홀로 유럽 전역을 여행하며 다양한 문화적 경험이 축적된 노마드적 삶의 경험은 그의 예술 세계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고전 문학과 그리스 신화에 대한 깊은 탐구를 바탕으로, 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상징적 주제로 초현실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
선화랑 원혜경 대표는 "파토 보시치의 최근 회화는 상징적 서사와 고대 사이의 지속적인 대화를 융합한 것"이라며 "탑-성, 밤의 거리, 말, 신화적 자연환경과 런던의 도시와의 융합, 그 안에 존재하는 폭발적인 인물들은 작가의 자서전적 이야기이자 작가가 관람객에게 제시하는 시적인 비전으로 변형된다"고 소개했다.
이안 로버트슨 홍익대 교수는 "자연, 고전 세계, 샤머니즘 실천에서 영감을 얻는 보시치는 매우 독특한 예술가"라고 했다. "그의 작품에는 정해진 목표나 창의성이 없다. 시공간을 초월한 여행자이며, 과거를 현재에 마법처럼 위치시켜 생명을 불어넣는다"며 "이 전시에서 가장 매력적인 그림 중 하나는 '나무 집'"이라고 꼽았다.
미술 기획자 클레어 맥캐슬린-브라운은 "보시치는 남미 예술가로서 유럽에서 여행하고 공부한 경험, 특히 독일 에프링겐-키르헨의 아틀리에 도데카에터 견습 생활에서 영감을 받아 유럽 미술의 풍부한 전통을 작품에 녹여냈다"며 "그의 그림은 신비로운 영역으로 들어가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내는 마법의 창작 과정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에너지가 넘치고 평온하며, 사색과 내면으로 이끄는 그의 작품에 대해 "단지 예술가의 독특한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는 보편적인 인간 정신을 기리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선화랑은 "보시치의 이번 한국 첫 개인전 '마술적 균형' 전시는 현재의 환경과 더불어 신화, 문화, 환상의 영역을 탐구하며 자유로움과 이상에 대한 동경, 그것을 좇아 끊임없는 도전과 개척정신을 발휘하는 자신과 인간의 의지를 내포한다"며 "지역과 문화가 다른 전 세계 관람객에게도 보편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이유"라고 전했다.
현실과 상상이 융합된 환상적인 풍경으로 눈길을 끌어당기는 작품은 오랜만에 만나는 이국적이고 새로운 그림의 맛을 전한다. 8월3일까지. 관람은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