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잃고 애미가 어떻게 살아"…'역주행 사고' 가족 눈물

기사등록 2024/07/02 13:32:17

최종수정 2024/07/02 13:41:24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로 9명 사망

시중은행 직원 4명, 회식 귀갓길 참변

"모레가 어머니 제사인데" 유족 오열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서울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로 숨진 사망자들이 이송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유가족이 이동하고 있다. 2024.07.02.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서울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로 숨진 사망자들이 이송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유가족이 이동하고 있다. 2024.07.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남희 이태성 오정우 기자 = 어젯밤 '시청역 역주행 사고'로 9명이 사망한 가운데, 임시영안실에 모인 유족들은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2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는 시중은행 직원 이모(54)씨와 서울시청 직원 김인병(52)씨가 임시 안치됐다. 이씨는 사고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로 이송돼 심폐소생술(CPR)을 받았으나 끝내 사망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자식이 죽었는데 애미는 약을 먹는다"며 "내가 자식을 잃고 어떻게…형 불쌍해서 어떡하지"라며 오열했다. 손주들을 향해 "니 새끼들 어떡하라고"라고 재차 말하기도 했다.

이씨는 전날 동료의 승진 축하 회식을 한 후 길거리에서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은행에서 이씨를 포함해 4명의 사망자가 나오자 회사 차원에서 장례 절차를 돕기 위해 경조사지원팀을 파견했다. 은행 소속 사망자들은 모두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릴 예정이다.

사고 발생지인 서울 중구청 관계자도 "유가족 한 가족당 팀장급을 한 명씩 배치해 전담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의 동료들도 이날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아 이씨의 동생에게 "어제 (사고 당시 이씨와) 같이 있던 세 사람은 집 방향이 같아 길 건너려고 함께 서 있던 것"이라며 "여기에 있을 테니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달라"고 위로를 건넸다.

[서울=뉴시스] 지난 1일 저녁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에서 차량이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 후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난 1일 저녁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에서 차량이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 후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시청 직원인 김씨의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권덕철(52)씨는 "친구는 너무 자기 일만 열심히 하던 사람이었다. 토요일도 일요일도 없이 일을 했다"며 "안 그래도 어제 단체카톡방에서 아무 말이 없어서 무슨 일이 있나 했는데, 아침에 전화하니 따님이 받더라. 그래서 바로 왔다"고 말했다.

김씨에 대해서는 "쾌활하고 등산을 좋아하고 팬플롯을 잘 불던 친구다. 저한테도 산에 가자고 했는데 같이 한 번 못 갔다. 마지막으로 통화할 때도 다음에 꼭 같이 가자고 했는데"라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씨의 가족은 그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말단 공무원부터 4급 사무관까지 승진한 성실한 인물이었다고 회상했다. 안동 출신인 김씨는 7남매 중 5형제가 공무원이다.

김씨의 큰형은 "(고인이) 중학교 2학년 때 뺑소니를 당해 실명을 당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먹고 살아야 해서 식당에서 일하다 어느 날 공부한다고 서울에 가더니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해서 공무원에 합격했다"며 "내일 모레 어머니 제사라 내려올 수 있냐고 전화를 했는데 안 받더라.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엄마 곁에 갔다"고 울먹였다.

그는 "저도 어려서 먹고 살기 급해서 용돈도 못 주고 학비도 못 대줬다"며 "형으로서 도움 한 번 못 준 게 미안하다. 저승에 가면 고생 안 하고 살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일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전날 발생한 차량 인도 돌진 교통사고 현장에 고인을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있다. 2024.07.02.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일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전날 발생한 차량 인도 돌진 교통사고 현장에 고인을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있다. 2024.07.02. [email protected]
전날 현장 사망자 6명이 이송된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에는 시중은행 직원 이모(52)씨 등의 빈소가 차려졌다. 이곳에는 전날 밤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은 시신들이 옮겨져 임시영안실이 차려졌다.

이씨 유족은 새벽에 부고를 듣고 강원도 춘천에서 급히 서울로 왔다고 밝혔다. 유족에 따르면 이씨는 슬하게 1남2녀를 뒀다. 두 딸은 사회인이지만 아들은 아직 고등학생이다.

이들은 "시신 훼손이 심해 알아보기 힘들어 시신으니 확인하지 않았다"며 "조카는 착하고 성실하고 착했다"고 말했다.

이씨 삼촌도 "(고인) 부모가 일찍 돌아가셔서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 우리가 가르쳤다. 우리 아들이나 마찬가지라서 충격을 많이 받았다"며 "성실하고 집안에 일이 있으면 자기가 도와주는 아이였다. 한 달에 한 두 번씩 잘 지내냐고 연락도 왔었는데"라고 회고했다.

전날 오후 9시27분께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하던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운전자 A(68)씨를 현장에서 검거해 병원으로 옮겼다. A씨는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9명 중 4명은 같은 시중은행 직원이고 2명은 시청 공무원, 3명은 병원 용역업체 소속 직원으로 파악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자식 잃고 애미가 어떻게 살아"…'역주행 사고' 가족 눈물

기사등록 2024/07/02 13:32:17 최초수정 2024/07/02 13:41:24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