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업체, 소비자 시선 우려해 의견 피력 꺼려
과학적으로 '급발진' 입증 힘들다는 입장
급발진 여부 제조사가 규명하는 '도현이법'도 추진
[서울=뉴시스]안경무 기자 = 지난 1일 밤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통사고에서 운전자 A(68)씨가 사고 원인으로 '급발진'을 주장한 가운데 과연 급발진이 치명적인 교통사고의 진짜 주범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급발진 사고가 교통사고의 주 원인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완성차 업체들은 특히 국민적 시선을 의식해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직접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자제해 왔지만 만,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변함없이 주장하고 있다.
2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계는 지난 수십 년간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를 사실상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937년 미국에서 첫 자동변속기 차가 나온 이후 세계적으로 80여 년 넘게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벌어졌지만, 과학적인 규명은 한번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급발진'이라는 현상은 제조사 입장에선 과학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한 둘이 아니다"며 "이 때문에 대외적으로 직원들이 '급발진'이라는 용어 자체를 사용하는 것도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히려 완성차 업계에선 급발진 사고는 따지고보면 운전 미숙이나 오조작으로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예컨대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착각해 교통사고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고령 운전자의 자동차 오조작을 사고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고령 운전자는 비고령 운전자와 비교했을 때 인지와 반응 능력 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돌발 상황에 대처가 늦다.
실제 고령 운전자들의 교통사고가 늘어나는 것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가해 교통사고 건수는 3만 9614건을 기록했다. 이는 집계 이후 최고치로 사고 건수는 ▲2021년 3만1841건 ▲2022년 3만4652건으로 해마다 증가세를 보인다.
최근 KG모빌리티가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회사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 눈길을 끌었다.
KG모빌리티 측은 "아픔을 겪고 있을 유가족에 상처가 될 것을 우려해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으나, 원고(유가족) 측 재연시험 결과 발표 등에 대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급발진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차량 블랙박스를 비롯한 다방면의 검토를 통해 사건 차량에 대한 기계적 결함이 없다고 조사된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며 "법원에서 변론 기일이 진행되는 동안 위 결론을 뒤집을만한 증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선 급발진이 사고 원인이 아님을 제조사가 직접 입증해야 하는 이른바 '도현이법(제조물 책임법 일부 법률개정안)' 제정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씨가 올린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현재 5만명 이상이 동의한 상황이다. 이 청원은 성립 요건을 충족해 국회 소관 위원회에 넘겨져 관련법 개정 논의를 진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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