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통주사는 효과 확인돼 필수급여로 적용
페인버스터, 선별급여로 주기적으로 평가
페인버스터 단독 사용 0.7%로 대폭 감소
입 주변 마비, 경련 등 심각 부작용 우려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제왕절개 산모가 분만할 때 무통주사와 함께 사용하는 '페인버스터'를 두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산모는 페인버스터를 무통주사와 함께 사용하지 못할 경우 분만 시 통증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반면 정부는 페인버스터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분만 시 무통주사와 수술 부위 국소마취제를 투여하는 '페인버스터'를 함께 사용하지 못하도록 행정 예고했다가, 반발이 거세자 이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페인버스터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 만큼 본인부담률이 상향될 가능성이 나온다.
앞서 정부가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 병행 금지를 추진했던 배경에는 페인버스터를 무통주사와 병행 사용할 경우 통증 완화에 기여한다는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지난해 11월 시행한 의료기술 재평가 시 무통주사 등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와 페인버스터를 함께 사용하는 것을 비교했을 때 통증 조절 정도의 차이가 없고 국소마취제를 6배 이상 투여해야 하는 등 전신적인 독성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른나라 사례를 비춰보면 미국의 주요 민간보험사와 공공의료보험기관(CMS), 일본, 대만, 호주 등 주요 국가에서 보험 급여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 민간보험사 한곳에서 실험 및 연구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별도 추가 급여 인정은 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무통주사(자가통증조절법)는 척추강이나 혈관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일정한 속도로 투여하고 환자가 통증이 있으면 버튼을 눌러 추가로 투여하는 방식이다. 이미 효과가 확인된 통증 조절 방법으로 2016년부터 필수급여로 적용됐다. 이에 따라 제왕절개술 이후 사용하는 경우 본인부담률 5%(4000원)가 적용된다.
페인버스터(수술 부위로의 지속적 국소마취제 투여법)는 수술 부위 옆에 별도의 구멍을 뚫고 카테터(도관)를 삽입해 국소마취제를 계속 투입하는 방식이다. 2017년 치료 효과성이나 비용 효과성이 불확실한 경우 등재되는 건강보험 급여의 일종인 선별급여로 등재 결정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재는 본인부담률 80%(12~30만원) 수준이다.
산모들은 페인버스터가 분만 후 통증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페인버스터가 일명 '훗배앓이' 등 자궁 통증에 도움이 된다는 등의 인식은 오해라는 의견이다. 페인버스터를 사용하는 산모들은 대부분 무통주사와 함께 사용하고 있다. 마약성 진통제가 전신에 투여되는 상황에서 피부에 투여되는 국소마취제가 얼마나 통증 조절에 기여할 수 있는지는 개인차가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제왕절개술을 받은 산모 중 페인버스터만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2020년 기준 전체 제왕절개술의 30% 정도(4만8000건)에 해당했다. 하지만 2022년 기준으로는 약 0.7%(1000건)로 대폭 감소했다.
페인버스터만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 통증 조절이 충분하지 않아 무통주사로 전환하거나 무통주사와 함께 사용하는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보건당국은 보고 있다.
자칫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페인버스터로 투여되는 국소마취제의 양이 적지 않은 수준이고 전신으로 흡수되면 입 주변의 마비 느낌, 경련, 심정지 등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통증의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탄성 펌프를 이용하는 방식은 전기 펌프 방식과 달리 알람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약물이 조기에 빠르게 투입되거나 과다 투여되는 경우 심각한 부작용 사례가 있을 수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국소마취 약제의 독성모니터링과 응급대처법 교육 등을 하도록 권고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 병행 사용과 관련해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경우에 대해 건보 재정을 투입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판단과 요구에 따른 선택권 존중, 두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절충안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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