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의대 교수 약 30% 휴진 참여
암병동 36곳 중 23곳 운영…"환자수 반토막"
"집단 휴진으로 진료 지연…너무 불안"
간호사도 "의사 일 우리가 떠안고 있어"
[서울=뉴시스] 조성하 이태성 우지은 기자 = 세브란스병원 교수의 약 30%가 정부의 정책 변화를 촉구하며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다. 이날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의료공백으로 인한 대규모 혼란은 없었지만 사태 장기화를 염려하는 환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안석균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각 교수들의 결정을 존중하기에 휴진 참가 인원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략 외래 진료 교수 30% 정도가 휴진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뉴시스가 찾은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암병원은 평시 목요일 오전 진료를 고정적으로 해왔던 진료실 36곳 중 23곳만이 운영 중이었다. 병원 관계자는 "오늘 출근하지 않은 몇몇 교수는 학회와 국내 연수 등을 이유로 휴진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료실 앞 의자에는 환자와 보호자 수십 명이 앉아 대기하고 있었다. 다만 병원에서 만난 한 봉사자는 "이는 일주일 전(지난 20일)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규모"라고 전했다.
서울 강남구 세브란스병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층 접수·수납 창구 앞 스크린에는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정상 진료 중입니다'라는 표어가 내걸렸지만, 내과 외래 진료실은 14곳 중 3곳만 운영됐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저마다 불편함을 토로하며 불안을 숨기지 못했다.
췌장암 판정을 받고 다음 검진일에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양태봉(64·)씨는 "수술 날짜가 멀어질까 봐 불안하다"면서 "걱정이 크다"고 마음을 졸였다.
5년 전 위암 수술을 받고 정기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은 원모(68·남)씨도 "우리같이 아픈 사람들은 휴진하면 어떡하냐"면서 "집단 휴진으로 진료가 지연돼 10시에 왔는데도 11시까지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신장내과 진료를 위해 강원도에서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한 서모(79·여)씨도 "약이 10일 치도 넘게 남았는데도 오늘 꼭 오라고 문자가 와서 내원했다"면서 "무기한 휴진이면 몇 달도 간다는 얘기인데 불안해 죽겠다"고 토로했다.
세브란스 간호사들 사이에서도 의사들의 휴진을 응원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세브란스 간호사 A씨는 "의사들이 대처방안은 준비해두고 갔어야 되는 건데 책임감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그들의 일을 우리가 보상 없이 떠안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수술실에 투입되는 전공의 인력의 공백을 간호사로 메꾸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간호사 B씨는 "의료진 이탈로 평시보다 수술건수가 절반은 줄어든 건 맞지만, 진료지원(PA) 간호사로 수술방 인력을 충원했다"면서 "그래서 오히려 지난 2월 의사파업 때보다 수술 건수는 늘어났다"고 밝혔다.
앞서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부터 일반 환자의 외래진료와 비응급 수술·시술 등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필수 업무는 유지된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은 무기한 휴진을 중단하거나 유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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