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 물류창고' '이천 냉동창고 화재'
"개정법도 무용지물…안전 교육 등 지원 필요"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 리튬 전지 공장 화재 현장은 리튬 일차전지 배터리 생산 공장이었던 데다 불과 유독가스가 빠르게 확산하는 샌드위치 패널로 이루어진 탓에 피해가 커졌다.
샌드위치 패널은 알루미늄 등의 합금으로 만든 외부 강판 사이에 단열재를 넣은 건축 재료다. 단열재로는 불에 잘 타는 우레탄폼이나 스티로폼이 주로 들어간다. 저렴하고 시공 방법이 간단한 데다 단열과 방음 기능이 좋아 공장의 벽체나 지붕에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샌드위치 패널은 화재에 취약하다. 중간 단열재를 강판이 감싸고 있는 탓에 불이 붙으면 열이 밖으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다. 내부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불은 순식간에 주변으로 옮겨붙는다.
한번 불이 붙으면 유독가스도 다량 발생한다. 일산화탄소 같은 각종 유독가스가 우레탄폼 등이 불에 타면서 발생해 적은 양만 들이마셔도 신경계와 호흡계에 치명적인 손상을 준다. 단열재가 타면서 내뿜는 연기는 신속한 대피도 어렵게 한다.
이 때문에 샌드위치 패널은 대형 화재 참사의 '불쏘시개' 역할을 해왔다.
2020년 4월 '경기 이천 물류 창고 화재' 당시에는 지하에서 시작된 화재가 샌드위치 패널을 타고 급속히 확산되면서 38명의 사망자와 10명의 중상자를 냈다. 지난 2018년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 때는 17분 만에 꺼진 불에도 건물 전체가 전소됐으며 인근 공장으로까지 옮겨붙어 모두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그보다 앞선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40명 사망), 1999년 시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23명 사망)에서도 샌드위치 패널이 인명피해를 키웠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2010년 2월 바닥면적 3000㎡ 이상인 창고의 내부 마감재는 불이 잘 붙지 않는 글라스울 등으로 대체하는 등 난연재를 쓰도록 했고 2014년 8월부터는 그 대상을 600㎡ 이상 창고로 확대했다.
지난 2022년에는 샌드위치 패널 등 복합 자재는 방화 성능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건축법이 시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소급 적용이 불가해 기존 건물에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번 화성 화재처럼 순식간에 100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리튬 배터리 화재에서는 이런 규제도 '무용지물'일 가능성이 크다. 개정법이 방화 성능 기준을 단열재(심재)가 700도 온도에서 10분 동안 불이 붙지 않은 채 견디면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개정 건축법이 (샌드위치 패널에) 준불연재 이상의 심재만 쓸 수 있도록 고쳤다고 하지만 이 역시 아예 안 타는 물질이 아니라 큰 차이는 없다"며 "화재에 취약한 것은 그대로라 화재 예방이 가장 최선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이번처럼 리튬에 불이 붙으면 1000도 이상으로 순식간에 올라가기 때문에 불이 난연재를 썼다고 해도 큰 효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 역시 일정 규모 이상인 곳에만 적용되는 만큼,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법 사각지대에 있는 영세한 업체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의 소방 설비와 안전 교육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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