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용 기자 =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삼성전자가 반드시 따라잡아야 할 경쟁사인 대만 TSMC는 자국 정부로부터 실질적으로 1조2000억원을 지원 받는다고 한다. TSMC는 가뜩이나 파운드리 부문에서 삼성전자보다 5배 이상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데 이처럼 자국 정부 지원까지 가세해주니 세계 최고 반도체 기업 지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특히 대만 정부의 대대적 지원이 자체 기술력과 시너지를 내면서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매 분기마다 벌어지고 있다.
이런데도 대만 정부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자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세제 혜택을 몰아줄 방침이다. TSMC만 해도 1조2000억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당장 대만 정부가 시행 예정인 '대만판 칩스법'만 놓고 보더라도 TSMC는 연구개발(R&D) 투자액의 25%, 첨단 공정용 설비투자액의 5%를 세금 감면으로 돌려받는다.
최근 대만 신임 총통으로 취임한 라이칭더는 이미 전향적 자세로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대(大) 실리콘밸리 계획'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이에 따르면 20조원 이상을 투입해 1605㏊(헥타르)에 반도체 과학단지를 건설한다. 특히 인근 TSMC 신주과학단지까지 아우르는 대규모 반도체 생태계가 꾸려진다.
이쯤되면 대만 정부는 '대기업 특혜' 같은 논란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TSMC의 든든한 버팀목을 자처하는 모양새다.
반면 삼성전자는 어떨까?
반도체 경쟁국들에 비해 한국 정부의 반도체 기업 지원책은 턱 없이 부족하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K칩스법 연장안(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국회 임기종료로 폐기됐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첫 가동 목표가 2027년이지만, 지원법 부재와 인허가 지연으로 5년째 기초 단계에만 머물고 있다.
그나마 삼성전자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22대 국회에서 반도체 특별법을 처음 발의하며 다시 한번 반도체 산업 지원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이 법안에는 대통령 직속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반도체 산업 관련 규제를 일원화하고 인프라 보조금 지원 등을 추진하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이 특별법도 국회 문턱을 넘어 대만처럼 파격적인 지원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2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친산업 정책들조차 여지 없이 여야 정쟁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상임위원회에서 다시 수년째 법안이 '검토' 단계에만 머문다면 22대 국회에서도 반도체 지원은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시간은 한국 반도체 산업 편이 아니다.
이제 여야는 신속하게 반도체 특별법 통과에 힘써야 한다. 이미 미국과 대만, 일본 등은 대대적으로 자국 반도체 산업 지원에 나섰고, 수년 내에 대규모 반도체 팹(공장)들을 줄줄이 완공한다. AI 반도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이 팹들을 통한 생산능력 확대가 필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지원과 관련 "시간이 보조금"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는 반도체 현장에선 시간이 지체될수록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도 들린다. 인허가 기간 단축을 포함한 실질적인 정부 지원이 절실하고, 이를 위한 반도체 특별법은 22대 국회가 반드시 해결해줘야 할 숙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