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낙후 이미지" 주민·상인 "우범화우려"
송정역 맞은편 폐업 유흥주점 10년 이상 방치
업소7곳 KTX선도지구 제외…도시재생 기간만료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광역시 역세권인데, 아직도 이런 곳이 있네요?"
지난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 맞은편 골목길에는 10여 년 이상 방치된 폐업한 유흥업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열차 도착 시간에 맞춰 인파가 쏟아져 나오는 역과 달리 골목길은 적막감이 돌았다.
과거 송정동의 '1003번지'라고 불린 유흥가 일대는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고, 이듬해 성매매 업소 화재로 여성 2명이 숨지면서 하나 둘 문을 닫았다. 10년 전엔 모든 유흥업소가 자취를 감췄다.
지난 2015년 맞은편엔 호남고속철도가 지나는 광주송정역이 들어섰지만 옛 집창촌의 시간은 멈춘 채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출입문에 꽂힌 빛바랜 고지서와 유리 전면을 가린 빨간 커튼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이 구역이 광주에서 유일한 청소년통행금지구역인만큼 10년 이상 방치된 건물 관리·유지도 필요해 보였다.
노후한 건물 천장은 주저앉고 일부 간판 구조물은 떨어질 것처럼 바람에 흔들렸다. 과거 여성 접객원들의 숙소로 사용됐다는 대형 창고 건물 문은 열려있었고, 내부는 쓰레기로 가득 찼다.
광산구는 환경정비 민원이 잇따르자 빈 상가 유리에 "장기 방치된 노후 간판을 무상철거 해주겠다"는 문구를 부착했지만 수년 째 주인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광주송정역 KTX투자선도지구사업을 추진, 이 일대(송정동 836의 20)에 복합상업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지만 유흥업소 상가 7곳은 정비구역에서 제외됐다.
지난 2016년 시작한 송정역세권 도시재생사업도 올해 끝나면서 이 일대 추가 정비는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관광객과 인근 상인·주민들은 안전·미관상 문제를 제기했다. 빈 창고도 열려있어 우범지대가 될 우려도 표했다.
충북 청주에서 여행 차 광주를 찾은 20대 여성은 "광역시 역세권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역에서 나와 렌터카를 빌리러 가는 길에 빈 유흥가 건물을 봤는데 첫 마주한 광주가 낙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40대 상인은 "밤이 되면 관광객들이 무섭다며 길을 안 지나 가려고 한다"며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더럽고 붕괴 우려가 있는 곳은 우선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정동에 20년째 사는 50대 주민은 "명색에 광주 관문인데 보여주기가 창피하다"고 했다.
광산구 관계자는 "사유 재산 때문에 지자체가 임의 철거하거나 정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역 기능이 다변화하는 만큼 주변 정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23일 "역세권 기능이 다양해지는 만큼 주거·오피스텔·사무실 등 보다 현대화한 복합용도 시설이 들어서고 있다"며 "정비 수요가 있다면 소유주들의 동의를 얻어 정비사업 가능성을 타진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