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지난 2월 근로시간 등 3개 주제 논의 합의
내년 6월까지 근로시간축소·건강권보호 등 논의
노사 간 시각차…"장시간노동부터 " vs "유연화부터"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노사정이 근로시간 개편 논의에 착수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장시간노동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경영계는 생산성과 유연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향후 타결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 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2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일·생활균형위원회'를 발족하고 제1차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노사정 대표들은 지난 2월6일 경사노위 본위원회를 열고 사회적대화 3개 주제에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의식·관행·제도 개선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고용노동 시스템 구축 ▲지속 가능성을 위한 미래세대 일자리 창출 등이다.
이 중 미래세대특위는 지난달 30일 발족했고, 이날 출범할 일·생활균형위는 장시간 근로를 해소하면서 기업의 생산성과 근로자의 삶의 질을 함께 높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노사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노동계 위원 간사인 유정엽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정책1본부장은 "일과 생활이 균형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장시간노동 관행이 개선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며 "장시간노동이 반복되는 이유는 장시간으로 노동하지 않으면 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저임금 구조인 것도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장시간 저임금 구조 개선이 전제된 가운데 일·생활 균형, 또 시간 주권을 회복하는 활동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회의체가 어렵게 구성된 만큼 진지한 논의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경영계 위원 간사인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장시간근로를 해소하면서 동시에 기업 생산성도 같이 고민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워라밸'과 시간 선택권 같은 이야기를 얘기하는데, 기업에서도 일이 급할 때는 일하고 쉴 때는 쉬고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쓰게 해달라는 요구들이 꽤 있는 것 같다"며 "근로시간을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그 다음 근로시간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위원회는 갈등보다도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주제를 다양하게 올려놓고 논의해 정책이나 입법에 반영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며 "모쪼록 이번 위원회 활동으로 근로시간 제도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자"고 덧붙였다.
정부위원 간사인 권창준 고용노동부 노동개혁정책관은 "두 분이 말씀하신 맥락을 봐도 같은 듯 다르다"며 "근로시간 개편이 그만큼 우리 근로자들이나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지난해 11월 한 설문조사를 보면 근로시간에 대한 개편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며 "위원회 이름이 일·생활균형위원회인데, 일과 생활의 균형이 노사가 충분히 대화하고 타협해 뭔가 만들어낼 수 있는 공통의 목표가 될 것 같다. 정부도 노사 의견을 경청하고 성과가 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일·생활균형위는 총 13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이인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가 맡는다.
노동계에서는 유 본부장을 비롯해 류제강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이 참여한다. 경영계에서는 황 본부장과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이 참여한다.
정부위원으로는 권 정책관과 주환욱 기획재정부 경제구조개혁국장, 김우중 중소벤처기업부 지역기업정책관이 임명됐다.
공익위원은 김기선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 이정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지만 연세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정흥준 서울과학기술교육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맡는다.
이들은 이날부터 1년 뒤인 2025년 6월20일까지 ▲장시간근로 해소를 위한 근로시간 단축 및 유연성 ▲건강권 보호 ▲일하는 방식 개선 ▲일·육아 양립 지원방안 등을 중심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은 이날 발족식에서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결혼과 출산, 육아와 교육이 가능해야 좋은 사회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노사정이 인내와 배려의 마음으로 지속가능한 발전, 희망찬 미래를 위한 사회적 대화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인재 위원장도 "우리나라는 2001년 이후 근로시간이 500시간이 감소해 OECD 국가 중 감소폭이 가장 큰 국가이지만 여전히 장시간근로 국가인 상황으로, 장시간근로를 단축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정착시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며 "근로자들 역시 노동시간 선택권 강화 및 건강권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다양한 근로시간제도 및 일하는 방식 개선에 대한 방안도 함께 검토돼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이어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직면해 일·육아 양립 지원 방안 마련을 위한 노사정의 공감과 협의가 절실하다"며 "오늘 발족한 위원회가 노사정의 갈등과 반목의 장이 아닌 생산적인 공론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2차 회의는 7월12일 오후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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