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출산 장려 안 해…끝까지 양육 설득할 것"['보호출산' 한달 앞③]

기사등록 2024/06/24 06:30:00

최종수정 2024/06/24 07:24:52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 인터뷰

"보호출산 장려 목적 전혀 아니다"

"기간, 횟수 무제한…끝까지 설득"

"신청자 25~30% 양육 설득 목표"

"익명 아닌 가명…'옵트 아웃' 고려

"혼자 고민하지 말고 손 잡아달라"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에서 뉴시스와 보호출산제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2024.06.24.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에서 뉴시스와 보호출산제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2024.06.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보호출산은 유기 조장이 아닌 원가정 양육의 통로다. 위기 임산부는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우리 손을 꼭 잡아줬으면 좋겠다."

지난해 영아를 살해한 후 시신을 냉장고에 보관했던 사건이 알려진 이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위기아동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특히 출생 후 예방접종을 맞기 위해 부여된 임시신생아번호는 있는데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아이들이 많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자 출생에서부터 위기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런 배경에서 마련된 게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다.

'출생통보제'는 부모가 아닌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지자체에 통보해 출생 등록의 누락을 막고 아동학대를 방지하지하기 위한 제도다. 통보라는 행위를 새롭게 해야 하는 병원을 제외하곤 대체적으로 이 제도에 찬성 의견이 대다수였다.

반면 보호출산제는 찬반이 엇갈렸다. 보호출산제는 위기 임산부가 가명으로 아이를 출산하고, 이 아이는 사례관리 등을 통해 적합한 양육 환경으로 보내진다.

위기 임산부가 가명으로 출산과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는 공개적인 출산을 꺼리는 위기 임산부로부터 안전한 출생을 돕는다는 의견과 함께, 합법적인 유기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의 법적 근거인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대한 특별법' 제6조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은 위기 임산부 지원 및 그 자녀인 아동의 보호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중앙상담지원기관을 지정할 수 있고, 아동권리보장원이 중앙상담기관으로 지정됐다.

중앙상담기관장으로서 처음으로 실시하는 보호출산제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보호출산제를 통해 유기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친모가 자녀를 키우는 원가정 양육으로 유도하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 원장과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에서 뉴시스와 보호출산제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2024.06.24.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에서 뉴시스와 보호출산제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2024.06.24. [email protected]
-보호출산제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달라.
"출생통보제로 병원에서 바로 출생 정보가 지자체로 통보되면 위기 임산부가 병원 밖에서 출산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우려해 함께 만들어졌다. 병원에서 출산을 하더라도 가명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다."

-유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은 계속 제기돼왔다.
"보호출산제를 할 예정이지만 보호출산을 장려하는 목적은 전혀 아니다. 최후의 수단, 최후의 보루로 남을 수 있게 계속 원가정 양육을 설득하는 작업을 할 것이다. 보호출산제 때문에 유기가 늘어난다기보다는 지금도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사람들로부터 유기가 계속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기가 늘어난다기보다는 발견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절대 유기를 조장하는 게 아니다. 결과를 보고 다시 얘기하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1년 정도 해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설득은 언제까지, 얼마나 하나.
"보호출산을 결정하게 되면 임산부는 산후조리를 하고, 아이는 부모로부터 분리된다. 상담 횟수나 기간을 정하는 건 아니고, 법적으로는 입양 절차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언제든 보호출산을 철회할 수 있기 때문에 끝까지 원가정 양육을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담은 어떻게 이뤄지나.
"전화나, 인터넷, 대면, 모든 방식이 가능한데 전화가 가장 간단하기 때문에 거기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카톡방' 같은 걸로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기존에 위기 임산부를 지원하는 전화가 다양했는데 이제는 1308로 통일됐기 때문에 바로 연락을 할 수 있다. 이 번호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를 가졌다는 걸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게 임신테스트이기 때문에 제품에 전화번호를 남기는 걸 고민하고 있다."

-상담 인력은 충분한가
"전국 16개 지자체에 지역상담기관이 만들어지는데 이제 시작을 하는 제도여서 얼마나 신청을 할 지 알 수가 없다. 각 지역별로 인력을 n분의1로 나누지는 않았고 출산율을 비례해서 나눴다. 그런데 출산율과 보호출산 신청이 비례할지도 알 수가 없다.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보호출산을 신청한 위기 임산부에게는 어떤 추가적인 지원이 있나.
"금전적으로 지원을 강화하면 보호출산으로 불필요하게 몰릴 수도 있다. 그래서 금전적인 지원은 현재 임산부들이 받는 지원과 똑같다. 단 그 외에도 위기 임산부는 민간이나 지역에서 후원하거나 돕는 곳이 많기 때문에 연결될 수 있도록 조직화하는 지원을 많이 해야 하겠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에서 뉴시스와 보호출산제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2024.06.24.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에서 뉴시스와 보호출산제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2024.06.24. [email protected]
-아이들은 부모의 정보를 알 수 있나.
"익명이 아니라 가명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동시에 만 18세가 됐을 때 자기 신원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있어서 아동권리를 완전히 침해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보호출산을 한다고 해도 아동의 알 권리에 대해 안내하고 알릴 것이다. 현재로서는 부모가 끝까지 자기 정보를 알리지 않겠다고 하면 법적으로는 정보 공개를 하지 않는 게 우선이다. 다만 공개하지 않겠다고 해서 그게 끝이 아니고 계속 설득을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또 바뀔 수도 있다. 독일의 경우 공개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이 신청을 하는 '옵트 아웃' 식으로 하고 있는데 나도 그런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외국의 선진 사례가 있나.
"우리나라의 보호출산제와 비슷한게 독일의 신뢰출산제도다. 독일 제도의 성공적 요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상담원 역량이고 또 하나는 지역사회 내 네트워크다. 이 두 가지가 잘 될 수 있도록 역량을 계속 키우겠다."

-보호출산을 통해 원가정 복귀 목표치가 있나.
"독일을 보면 처음에 보호출산하겠다는 사람의 25~30%는 원가정 양육으로 설득을 해 낸다. 우리도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상담원 역량이 더 높아지면 충분히 더 많이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

-시행을 앞두고 우려되는 사항이 있다면 무엇인가.
"걱정되는 건 출생 후 한 달까지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 상태를 보고 결정하는 분들도 생길 수 있다. 보호출산 결정할 수 있는 시한을 한 달이나 주는 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나중에 법령 개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보호출산제에서 아동권리보장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보호출산을 하려면 지역 상담기관에서 상담을 해야 한다. 상담을 통해 가능하면 원가정에서 양육하도록 설득하고, 끝내 보호출산을 하겠다고 하면 보호출산 절차가 진행된다. 신원을 가명화 한 신분증과 무기명 선불카드를 제공해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놨다. 중앙상담지원기관으로서 매뉴얼을 개발하고, 현장 교육을 실시하고, 보호출산 증서를 영구 보존하는 역할을 맡는다."

-부처간 협력이 중요해 보이는데.
"이 사업은 부처의 경계를 넘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복지부 산하인데 지역상담기관 대부분은 여성가족부 산하 시설이다. 1308 전화번호도 원래 여가부에서 갖고 있던 번호인데 사용을 허락해줘서 보호출산 전화로 쓰게 됐다. 위기 임산부 지원과 관련해 부처 경계를 넘고 협업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마지막으로 위기 임산부에게 하고 싶은 말은.
"혼자서 고민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혼자서 결정하면 항상 오류가 난다. 같이 고민해 줄 사람들을 만들었으면 좋겠고, 그게 우리 상담이 됐으면 좋겠다. 첫 전화가 마지막 전화가 되지 않도록, 원가정 양육의 통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테니 꼭 우리 손을 잡아달라."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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