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사이버안보 첫 대면회의…韓 "北, 디지털로 제재 회피"

[워싱턴=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0일(현지시각) 사상 처음으로 사이버안보와 관련한 대면 공개토의를 진행했다.

의장국으로서 이번 회의를 기획하고 주재한 한국은 북한의 사이버안보 활동을 지적하며 국제사회와 안보리 대응을 촉구했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사이버안보를 주제로 고위급 공개토의를 진행했다.

안보리에서 사이버안보 공개토의가 대면으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스토니아가 2021년 사이버안보 분야 공개토의를 최초로 개최한 바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화상회의 형태로 진행됐다.

사이버안보 공개토의는 안보리 공식 의제와 별도로, 6월 한달간 의장국을 맡고 있는 한국이 '시그니처 이벤트(대표 행사)'로 준비한 회의다.

이에 황준국 주유엔대사가 아닌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직접 뉴욕으로 날아와 회의를 주재했고, 유엔 수장인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직접 안보리 회의에 참석했다.

조 장관은 우선 "전통적인 전장에서 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도 주요 무력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또한 인공지능(AI)의 폭발적인 발전이 사이버 공간에서 혼란과 무질서를 야기하는 악의적 행위자들의 능력을 극적으로 강화하는 것도 목격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계는 악의적인 사이버 행위자들이 선거 공정성과 주요 인프라 보안, 평화와 안보 근간을 훼손함으로써 어떻게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목격했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한국도 악의적인 사이버활동과 그것의 안보 영향이 제기하는 위협에서 자유로운 나라가 아니다"며 "한국을 위협하는 대량살상무기 개발은 대부분 이러한 활동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고 북한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필요한 자금의 40%를 불법적인 사이버활동을 통해 충당한다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 내용을 언급했다.

아울러 "북한은 디지털 수단을 통해 안보리가 채택한 제재를 체계적으로 회피하고, 안보리 업무 핵심인 비확산체제에 도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장관은 사이버안보가 현실세계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안보리 차원에서의 논의와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안보리가 사이버 안보의 국제 안보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정기적인 보고서를 요청하고, 관련 회의를 소집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서는 한국 등 63개 회원국과 유럽연합(EU)이 사이버 안보와 관련한 안보리 역할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표로 발표에 나선 조 장관은 "다크웹과 가상자산 강탈을 통해 창출된 불법 수익은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와 국제법을 위반해 테러 활동과 핵,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지원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며 "사이버 위협과 국제평화 및 안보 연관성은 분명하며, 안보리가 국제평화 및 안보 유지에 대한 책임 이행을 위해 사이버 위협에 대처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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