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로 누군가 살릴 수 있다' 생각에 시작
소아암 단체 350장 등 헌혈증 기증하기도
"보통의 건강함 정도면 누구든 할 수 있어"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헌혈을 하고 나면 굉장히 기분 좋아져요. 혈액이 부족해서 수입도 많이 한다는 데 헌혈하면 애국도 되죠."
14일 세계 헌혈자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와 대한적십자사의 도움으로 지난 13일 황의선씨와 전화 인터뷰를 나눴다.
1954년생인 황씨는 2018년까지 무려 749회 헌혈을 했다. 이는 대한적십자사를 통한 헌혈 횟수로, 민간 혈액원인 한마음헌혈의집에서 했던 헌혈까지 합하면 758회에 이른다. 첫 헌혈이 1975년인 점을 고려하면 평균 1년에 17.6회, 한 달에 1회 이상 헌혈을 평생 헤온 셈이다. 전혈헌혈은 2개월에 1회, 성분헌혈은 1개월에 2회까지 헌혈이 가능하다.
황씨가 첫 헌혈을 한 건 1975년 4월10일이다. 직업군인이었던 황씨는 그해 중사로 진급했는데, 지휘관이 진급 기념으로 휴가를 줘 서울 강남터미널을 지나고 있었다. 그때 황씨 눈에 버스 한 대가 눈에 띄었다. 헌혈차였다.
황씨는 "시간이 좀 남아서 가보니까 '당신의 헌혈, 새 생명을 구합니다'라는 문구랑 그 아래 'O형 급구'라고 적혀 있었다"며 "그 문구를 보고 어떤 분이 위독한 거 같은데 헌혈하면 살아날 수 있는 모양이다라고 생각했다. 마침 내가 O형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헌혈은 황씨의 일상이 됐다. 그는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다보니 꾸준히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헌혈을 주기적으로 하면서 얻는 이점도 있었다. 건강 관리였다. 황씨는 "헌혈을 하면 혈액 검사도 해주고 간 기능 상태나 내 건강 상태에 대해 알려준다"며 "그런 것을 보고 나름대로 내 건강 상태를 알게 되고 관리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헌혈을 하기 위해 평상시 식습관 등 건강 관리도 하게 된다고 한다. 황씨는 "어느 날 헌혈을 하려고 갔는데 간호사가 와서 몇 시간 전에 기름진 음식을 먹었냐고 물어보더라"라며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혈액이 탁하다고 해서 그 후로는 헌혈하기 며칠 전부터는 고기 같은 건 멀리한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헌혈을 통해 받은 헌혈증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소아암 단체에는 350장을 기증했다. 황씨는 "군대 있을 때는 헌혈차가 들어오는데, 부대에 헌혈증이 필요한 병사가 있어서 헌혈을 하면 필요한 병사에게 헌혈증을 줬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헌혈 건수는 264만9000건으로 전 국민 대비 헌혈률은 5.1%다. 헌혈률은 2019년 5.4%에서 2020~2021년 각각 5%, 2022년 5.1% 등 5% 내외로 나타나고 있다.
해외 국가와 비교하면 4%대인 네덜란드, 3%대인 일본, 프랑스, 2%대인 영국보다 높지만 7.84%인 대만, 6.16%인 호주보다는 낮다.
황씨는 "헌혈이 부족해 외국에서 수입을 해온다고 하는데, 헌혈을 하면 애국도 된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성분채혈은 만 59세까지, 전혈채혈은 만 69세까지 가능하다. 70세를 넘긴 황씨는 "지금도 헌혈을 할 만큼 건강하다. 연령 제한을 풀어준다면 지금이라도 헌혈할 수 있다"며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나도 처음 헌혈을 시작할 땐 대단히 건강한 사람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보통의 건강함 정도면 누구든 할 수 있다"며 "하고 나면 기분이 굉장히 좋아지고 건강검진을 받는 기회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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