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규제 완화…실수요·투자 수요 급증
인기 가구는 수십만대 1 경쟁률 잇달아
분양가·입지·시세차익 기대감 따라 희비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아파트 무순위 청약에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합리적인 분양가와 입지, 시세 차익 등이 기대되는 단지에만 청약 수요가 몰리는 반면, 분양가가 높거나 상품성이 다소 떨어지면 외면을 받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세종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무순위 청약에 나섰던 '세종 린 스트라우스' 1가구 모집에 43만여 명이 몰렸다. 지난 4월 경기 하남시 감일지구 '감일 푸르지오 마크베르' 2가구 모집에는 60만명이 신청했다.
또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3가구 모집에 101만여 명이 신청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이 아파트 59㎡에는 50만 명이 넘게 몰리면서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일시적인 접속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무순위 청약 물량인 59㎡는 청약 통장·주택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는 데다, 거주지 제한 요건이 풀리면서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사실상 만 19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하다. 게다가 무순위 청약에 당첨되면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청약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같은 무순위 청약에서 미달된 단지도 있다. 충남 홍성군의 충남내포신도시 디에트르 에듀씨티가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147가구의 무순위 청약(임의공급)을 진행한 결과 일부 유형에서 미달이 나왔다. 전용면적 84㎡B 69가구 모집에 54명, 84㎡C 72가구에 34명이 신청했다. 84㎡A만 6가구 모집에 15명이 접수해 경쟁률 2.50대 1을 기록했다.
또 지난 7일 서울 상도동의 '상도클라베뉴푸르지오'가 진행한 5차 임의공급에 1400명 이상의 수요가 몰렸지만, 8가구만 계약하는 데 그쳤다.
다만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무턱대고 무순위 청약에 나섰다간 낭패를 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분양시장에선 무순위 청약이 과열되면서 내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보단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가 몰리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가 더욱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한다는 당초 정부 취지가 무색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무순위 청약 문턱이 낮아졌다고 해서 무턱대고 청약에 나섰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무순위 청약은 당첨자 발표부터 실제 계약, 입주까지 잔금을 마련할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사전 자금계획 없이 당첨되더라도 물거품이 될 확률이 높다.
전문가들은 무순위 청약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청약 관련 규제 완화로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투자 수요까지 유입되면서 무순위 청약 열기가 과열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투자 가치가 높은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나 시세차익 등이 예상되는 일부 단지에 청약 수요가 집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무순위 청약에서 거주지와 무주택 요건이 폐지되고, 현재 시세 대비 수억원 저렴하기 때문에 무순위 청약을 기대하는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무순위 청약은 계약 후 입주까지 잔금을 마련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자신의 자금 여력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