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암살' 故김재규 변호인 "쪽지 재판…방어권 보장 안돼"

기사등록 2024/06/12 18:35:54

최종수정 2024/06/13 10:34:47

안동일 변호사, 故김재규 재심 증인 출석

"매일 재판·야간 재판…변론 준비 어려워"

재판 녹음파일 공개…피고인 고문 호소도

내달 반대신문…방청객들 檢 향해 비판도

[서울=뉴시스]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관련자 김재규(전 중앙정보부장) 피고인이 육군본부 계엄 보통군법회의(재판장 김영선 중장)에서 선고공판을 받기 위해 포승에 묶여 걸어오며 웃고 있다. 이날 김재규, 김계원, 박선호, 박흥주, 이기주, 유성옥, 김태원 등 7명은 내란목적살인죄가 적용돼 사형을 선고 받았다. <1979년 12월20일, 권주훈>
[서울=뉴시스]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관련자 김재규(전 중앙정보부장) 피고인이 육군본부 계엄 보통군법회의(재판장 김영선 중장)에서 선고공판을 받기 위해 포승에 묶여 걸어오며 웃고 있다. 이날 김재규, 김계원, 박선호, 박흥주, 이기주, 유성옥, 김태원 등 7명은 내란목적살인죄가 적용돼 사형을 선고 받았다. <1979년 12월20일, 권주훈>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한 '10·26 사태'로 사형을 선고받은 고(故)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에 그의 국선 변호를 맡았던 안동일(84)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안 변호사는 내란목적살인 혐의 재판 과정에서 매일 재판을 진행해 변론 준비를 못하게 하거나 공판조서를 열람 및 등사하지 못하게 하는 등 방어권을 보장받을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는 12일 오후 김재규의 내란목적살인 등 혐의 재심청구 사건 2차 심문기일을 열었다.

이날 심문에는 김재규의 국선변호인이었던 안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10·26 사태 당시 군법회의 첫 재판은 1979년 12월4일 열렸는데, 안 변호사는 4차 공판기일부터 국선변호인으로 참여했다.

안 변호사는 "본인(김재규) 표현대로 말씀드리자면 10·26 민주회복 국민혁명의 원형이 훼손되지 않을까 해서 변호인 없이 재판을 받겠다고 했다"며 "재판부에서 국선변호인은 꼭 있어야 한다고 해서 제가 국선변호인으로 선임됐다"고 말했다.

그는 10·26 사태 발생 한 달 뒤인 11월26일 공소제기부터 이듬해 5월20일 대법원 선고가 있기까지 재판이 속전속결로 진행된 것에 대해 '제대로 된 변론을 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안 변호사는 "피고인에 대한 변론이 이뤄질 수 없었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차적 정의가 지켜져야 하는 거 아니냐고 수없이 항의했다"며 "그러나 일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매일 재판하고 야간 재판까지 하고 그래서 변론을 준비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내란목적살인 혐의 재판의 녹음파일 일부분이 공개됐다. 녹음파일에는 김재규 변호인의 공판조서 열람·등사 요청 및 외부의사 진단 허가 신청을 판사가 허락하지 않는다고 답한 내용이 담겼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김재규의 부하 운전기사 유성옥이 허리와 다리, 귀가 아프다고 호소하자 변호인이 "수사기관에서 폭행이 있었냐"고 물었고, 유성옥은 "그건 변호사님 상상에 맡기겠다"고 답했다.

안 변호사는 보안사령부 직원들이 재판장에게 쪽지를 전달하면 재판장은 휴정하거나 언성을 높이는 등 이른바 '쪽지 재판'이었다고 증언했다.

안 변호사는 "쪽지가 오면 잠시 휴정을 하기도 하고 제지를 하기도 했다"며 "재판을 개판으로 얘기한 것은 막말에 해당합니다만 옆방에서 모니터링해서 듣고 휴정 때 '안 변호사 오라고 한다'고 해서 법무감 집무실에 갔더니 담배 연기가 자욱한 방이었는데 보안사에서 나온 원스타 장군이 '국선 변호를 왜 이렇게 열심히 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1980년 5월2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사형을 확정한 이후 대법원장을 포함한 14명의 대법원 판사(현 대법관) 중 소수의견을 낸 6명의 대법원 판사(민문기·양병호·임항준·김윤행·정태원·서윤홍)가 사표를 종용당하거나 서빙고에 연행돼 고문을 당했다고도 주장했다.

검찰 측은 다음 기일에 안 변호사를 상대로 반대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 측이 반대신문을 위해 30분에서 1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자 방청석은 검찰을 향해 '무슨 30분이나 하냐'며 웅성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3차 심문기일을 다음달 12일 오후 3시로 지정하고, 이날 심문을 종결하기로 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셋째 여동생의 장남 김성신 유족 대표가 지난 2020년 5월26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김재규 형사 재심 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변호를 맡았던 강신욱 변호사. 2020.05.26.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셋째 여동생의 장남 김성신 유족 대표가 지난 2020년 5월26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김재규 형사 재심 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변호를 맡았던 강신욱 변호사. 2020.05.26.  [email protected]


김재규는 1979년 10월26일 박 전 대통령과 차지철 당시 경호실장을 살해한 혐의로 다음 날인 27일 보안사령부에 체포됐다.

이후 한 달 만인 11월26일 군법회의에 기소됐고 같은 해 12월4일부터 12월20일 선고까지 재판 개시 16일 만에 내란목적살인 및 내란수괴미수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제기된 항소심은 6일 만에 종결됐고, '10·26 사태' 이듬해인 1980년 5월24일 대법원 판결 사흘 만에 그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40년여 만인 2020년 5월 김 전 부장 유족 측은 그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단 취지로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1차 심문기일은 지난 4월17일 열렸다. 1980년 김재규가 사형에 처해진 지 44년만, 유족 측의 재심 청구 후 4년 만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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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암살' 故김재규 변호인 "쪽지 재판…방어권 보장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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