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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위한 대북송금' 주장 배척…도지사 방북 동기 인정

기사등록 2024/06/12 08:44:35

이화영 판결문에 나온 유죄 이유 살펴보니


[수원=뉴시스] 변근아 기자 = 쌍방울이 북한 측에 보낸 돈은 주가조작을 위해서라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주장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신빙성이 없다며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12일 뉴시스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의 특가법상 뇌물, 외국환거래법위반 등 혐의를 심리한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쌍방울 그룹이 이 전 부지사의 부탁을 받고 북한에 800만 달러를 대납한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이 전 부지사는 앞서 북한 측과 만나 스마트팜 사업 비용 500만 달러 지원을 약속했는데 미국의 대북제재로 공식적인 지원이 불가능해지자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설득에 나선 것이다. 그는 "이재명 지사가 잘 되면 쌍방울을 생각해주지 않겠느냐"고 김 전 회장을 설득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주가 조작을 위한 대북송금이라는 주장에 대해 주가상승은 2018년 4월인데 김 전 회장이 본격적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하게 된 시점은 2018년 12월이라며, 만약 주가상승을 이유로 대북사업을 추진하기로 마음먹었다면 4월 무렵부터 사업 추진 검토를 준비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한 정황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배척하기도 했다.

또 쌍방울이 2019년 1월부터 7월까지 미국계 헤지펀드, 일본, 홍콩 등에 투자를 유치하면서 투자자들에게 '경기도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점도 주장을 배척하는 사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국내 CEO가 오로지 주가상승을 위해 해외투자자들을 기망하는 무모한 시도를 했다는 것은 경험칙상 받아들일 여지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 전 부지사가 경기도지사 방북을 강력하게 추진할 동기가 있었다고도 판단했다.

당시 이 전 부지사는 대북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이었는데, 2018년 문재인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 명단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외되면서 상당한 압박을 느껴 재직 기간 경기도 대표단 방북을 지속 추진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경기도는 2019년 5월부터 11월까지 북한 조선아태위를 수신자로 해 경기도 대표단 등 방북 요청 공문을 명목만 바꿔가며 잇달아 보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 전 부지사는 당시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아 피선거권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며 방북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판결은 무죄가 선고된 1심을 파기하고 유죄로 판단한 것으로 상고심에서 유무죄 판단 변경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배척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쌍방울 측이 이 전 부지사의 부탁을 받아 도지사 방북비 300만 달러를 지급한 것이 아니라면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한 상태서 또다시 위험을 감수하고 북한 측에 거액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쌍방울 방북을 추진했다가 통일부 반려로 무산된 적이 있음에도 자신의 방북을 다시 추진하기 위해 300만 달러 준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지속해서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요청한 경기도와 달리 쌍방울은 김 전 회장의 방북을 자체적으로 추진했다고 볼 정황도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김 전 회장 등의 대납 주장 신빙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반복된 신문에도 대체로 진술이 일관적이며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기 어려울 정도로 내용이 구체적이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판단 등을 토대로 이 전 부지사에게 지난 7일 징역 9년6월을 선고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이에 반발하며 즉각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이 사건은 수사기록과 검찰 주장에 모순이 즐비하다"며 "민주당이 준비하는 특검법을 통해 조작 사건 전말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이 대표를 제3자뇌물 등 혐의로 수사 중인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이르면 이번 주 이 대표를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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