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정직 3개월 불복 행정소송…1·2심 모두 패소
재판부 "영상편집·사전설명 했어야…성희롱에 해당"
[화순=뉴시스] 변재훈 기자 = 성 교육 수업 중 적나라한 노출이 있는 영화를 상영하는 등 부적절 언행으로 정직에 처해진 중학교 교사가 징계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으나 2심에서도 패소했다.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양영희 고법수석판사)는 모 중학교 A교사가 광주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정직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A교사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시교육감이 A교사에게 내린 정직 3개월 처분에는 현저히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징계 취소를 요구한 A교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교사는 지난 2018년 7월부터 2019년 5월까지 5차례에 걸쳐 중학교 1·2학년생의 도덕 수업 시간 중 남녀 간 성 역할을 바꾼 '미러링 기법'으로 성 불평등을 다룬 프랑스 단편 영화를 상영했다.
10분 분량의 해당 영화에는 특정 신체 부위와 단어, 여성에 의한 남성 희롱·추행 등 장면이 담겼다.
또 A교사는 2018년 3월부터 2019년 5월 사이 도덕 수업 중 성 윤리 등을 설명하면서 '날 식민지처럼 따라야 한다', '성관계를 하고 나면 야릇한 느낌이 든다' 등의 부적절한 언행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교사는 수업 시간 중 학생들을 성적 또는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경찰 수사까지 받았으나, 검찰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수사와 별개로 시교육청은 A교사가 ▲수업 중 부적절 발언·별도 편집 없는 선정적 영상 상영 ▲수사 의뢰 이후 학생과의 분리 조치(수업배제) 불응 ▲SNS 게시글을 통한 2차 가해 등을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에 A교사는 "수업의 전체 맥락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관성 없고 불명확한 학생들의 진술 만으로 사실관계를 확정했다. 제대로 된 사실 확인 없는 수사 의뢰와 분리조치는 부당하므로 따르지 않았다고 징계할 수 없다. 교육청의 행정 폭력을 SNS에 고발했을 뿐, 학생을 공격한 바 없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단을 대체로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업 중 영상 상영행위는 학생들의 관점에서는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행위로서 사회적 의미에서 성희롱 범주에 포함되거나 교육 공무원으로서 신용을 해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수업 과정에서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평가나 징계가 면제될 수 없다"고 봤다.
특히 수업 중 상영이 문제가 된 단편 영화에 대해선 "자극적인 장면과 자막 표현들은 영상 제작 의도와 교육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자칫 성장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그 자체로서 큰 정신적 충격을 줄 수 있다. 수업용으로 쓰려면 영상 편집, 자막 순화, 사전 설명 등을 했어야 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A교사는 자신에 대한 지지·동의를 얻어내고자 SNS 등지에 피해 학생을 의심 또는 비난하거나 색출하는 것으로 보일 내용을 게시, 공유했다. 교사로서 공직의 신용·체면·위신을 저해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품위유지 의무 위반의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부적절 발언이 징계 사유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나머지 징계 사유에 해당되는 A교사의 비위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 교직원의 학생에 대한 성희롱 행위 근절과 공직 기강 확립이라는 공익이 A교사가 입는 신분상 불이익 등에 비해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며 징계 처분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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