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7%…두 달 연속 2%대
환율·중동정세·기상건 등 물가 불확실성 높아
"목표 물가 수준 수렴 여부 좀 더 지켜봐야"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2%대로 내려왔지만, 한국은행의 금리 고민은 가시지 않고 있다. 불확실한 중동 정세가 언제든지 국제유가를 밀어올릴 수 있는 데 다, 환율 불안과 성장세 '깜짝' 반등, 이상 기상 여건 등이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에서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09(2020=100)로 1년 전보다 2.7%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8%에서 2∼3월 3.1%로 높아진 뒤 지난 4월(2.9%)부터 다시 2%대로 내려왔다.
농산물 물가가 19.0% 오르며 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사과(80.4%)와 배(126.3%) 등 과일 가격 강세가 계속됐다. 석유류 물가상승률은 3.1%로 나타나 전월(1.3%)보다 오름세가 확대됐다. 지난해 1월 4.1%를 기록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식료품과 에너지 등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지수는 110.91(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2% 상승했다.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3.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지난달 물가 상승을 견인했던 농산물 물가와 국제유가도 최근 둔화세를 보이면서 고물가 지속에 대한 우려가 낮아지면서다. 4월 중순만 해도 배럴당 90달러를 넘나들던 브렌트유는 이날 78달러 대에서 거래 중이다.
한은은 지난달까지 11회 연속 금리를 묶으며 고물가를 동결 결정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해 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2.4%로 내려가는 트렌드가 잘 확인되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이 나온다. 걸림돌로는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고환율이 우선 지목된다. 1300원대 중반으로 고공행진 중인 환율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원유와 곡물가 등 원자재 가격 부담을 높여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리기 때문이다.
고환율 장기화는 자본 유출 우려를 높인다는 점에서도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는다. 지난달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2.06%, 3.33% 떨어졌고 지난달 30일부터 사흘간 외국인은 증시서 3조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차 역전이 확대되면 외국인의 증시 이탈 가능성도 커진다.
유가 불안이 완벽히 해소됐다고 보기도 이르다. 중동 분쟁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으면서 언제라도 국제유가를 자극해 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그룹이 모인 'OPEC+'는 최근 현 수준인 원유 감산량을 2025년 말까지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1분기 깜짝 성장률(1.3%)도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요소다.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의결문에는 "국내 경제 성장세가 예상보다 개선된 가운데 물가 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가 전망의 상방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라며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역시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한 가운데 국내외 경기흐름, 기상 여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물가가 예상대로 목표에 수렴해 가는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서도 물가 둔화세에 따른 금리 인하 기대를 우려를 나타냈다. 한은 블로그의 '향후 통화정책 운용의 주요 리스크' 에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3% 내외의 높은 수준에서 정체됐고 공급충격 지속성 및 파급 영향과 관련된 불확실성도 커졌다며 성급한 인하를 경계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고 공급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너무 이른 정책 기조 전환이 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를 늦춰 목표 수렴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아울러 미 달러 강세로 환율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도 통화정책 조기 전환의 변수로 꼽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소폭 내렸다지만 주택가격이 빠진데다 체감 물가와 차이가 크다"면서 "무엇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가 충분히 내려와야 우리도 인하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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