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 대통령 거부권 행사 명분 축적용 활용 안 돼"
지난해 특별법 시행 후 LH 매입 2건 뿐…"실효성 의문"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선구제 후회수'를 골자로 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28일 오후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전세사기 피해자단체는 정부가 전날 내놓은 대안과 선구제후회수 방식 중 피해자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지난 27일 정부 발표 직후 낸 논평에서 "정부 대책안과 특별법의 선구제 후회수 방안은 양립할 수 없는 방안이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번 정부의 대책대로 지원을 받기 원하는 피해자는 그 방안대로, 보증금반환채권을 매각해 선구제 받기를 원하는 피해자는 특별법 개정안에 따라 채권매각대금을 받도록 해 각자의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며 "모든 피해자가 피해 주택에 계속 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므로 피해주택에서 계속 살라는 정부 방안 외에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LH 매입 방안을 특별법 선구제 후회수 방안의 대안이라고 강변해서는 안된다"며 "이날 발표한 방안을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명분 축적용으로 활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은 지난해부터 시행된 전세사기 특별법으로 이미 LH가 피해주택을 매입해 장기임대주택으로 제공하도록 하고 있지만 막상 구제 사례는 저조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6월1일 특별법 시행 이후 1년 동안 LH가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경매로 매입한 주택은 단 2건에 그친다.
피해자 측은 "정부 방안(위반 건축물의 양성화, 수선, 신탁사기 주택의 공개매각 참여 등)대로 매입 조건을 완화했을 때, 실제 매입 가능한 주택이 얼마나 될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측은 "현재는 경·공매 유예 등 경매가 본격화되지 않아 매입 실적이 저조했다"며 "이번 방안으로 피해자들이 살던 주택에서 추가 임대료 부담 없이 보증금 피해까지 회복할 수 있어 많은 신청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피해자 단체는 정부안이 법원 경매를 이용하면서 법원감정가가 아닌 LH 감정가를 내세우고 있는 점 등을 들어 "LH가 감정인에게 사실상 무언의 압력을 행사해 경매 차익을 축소하려는 것은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했다.
아울러 "이번 LH 매입 방안에서 피해 주택을 감정한다면, 보증금 채권매입을 신청한 피해 주택 전체를 감정해서 보증금 채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그동안 국토부가 보증금 채권 매입 평가가 어렵다고 주장한 것은 핑계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 역시 LH 감정가가 실제 경매 낙찰가율보다 높지 않을 경우 정부 정책의 실효성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법원경매정보의 2024년 4월 기준 전국 연립·다세대 낙찰가율이 72.15%이고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평균 낙찰가율은 67.1%"라며 "경매차익 지급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의 지원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LH감정가가 이보다는 높아야 정책 실효성이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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