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안양시 자율주행버스 시범 사업 참여
월 이용객 800명…향후 버스 유료화 추진
[안양=뉴시스]윤정민 기자 = "어? 사람 온다!"
27일 오전 경기 안양시 동안구청 앞 사거리에서 한 버스가 횡단보도 앞에 우회전하려던 도중 갑자기 멈춰 섰다. 보행자용 신호등이 청색 신호에서 적색 신호로 바뀌던 중 한 시민이 횡단보도를 급히 건너려다 버스에 부딪힐 뻔한 것. 하지만 시민, 버스 모두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 덕에 사고를 피했다.
그런데 특이했던 건 긴급 상황에도 버스 운전자는 핸들이나 브레이크를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버스는 KT가 개발한 모빌리티 플랫폼이 탑재된 자율주행버스였고 상황이 발생했던 도로도 KT 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C-ITS)이 구축된 디지털 도로였기 때문이다.
27일 KT에 따르면 이 자율주행버스 '주야로'는 지난달 22일부터 시범 운영 중이다.
정책상 안전을 위해 기사가 버스에 의무 탑승하지만 기사가 조작하는 실제 수동주행시간은 전체 주행시간 중의 약 18%로 적다. 기자가 이날 오전에 탑승한 버스가 수동주행한 경우는 차고지에서 첫 정류장까지 주행한 때와 운행 종료 후 버스가 차고지로 들어가 주차할 때에 불과했다. 이 밖에 버스가 차선을 바꾸거나 사거리에서 좌·우회전하는 등 일반 주행에는 모두 운전자 개입 없이 최고 시속 40㎞로 달렸다.
이 버스 배차 간격은 30~40분, 하루 최대 운행 횟수(평일 주간 기준)는 7회다. 다른 상용 교통버스보다 운영 빈도가 적지만 시민 호응도가 좋아 월 이용객이 약 800명(지난달 기준)에 달했다. 자율주행 정책상 입석이 안 되고 한 차량에 최대 16명만 태울 수 있다는 걸 고려하면 많은 수치다.
안양시 측은 자율주행버스 장점에 대해 ▲버스기사 인력난에도 이용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노선에 배치할 수 있다는 점 ▲수요가 많으나 여건상 새벽에 운영할 수 없는 노선에 배치할 수 있는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안양시는 이 버스를 대중교통 취약시간인 평일 자정부터 오전 2시까지 안양역과 인덕원역 간 노선에도 배치했다.
안양시는 시민들이 이 버스가 자율주행버스라는 걸 알아챌 수 있도록 버스 내부에 여러 모니터를 설치했다. 이 모니터에는 운전대를 실시간으로 촬영한 화면과 해당 버스가 현재 자율주행 중인지, 수동주행 중인지를 나타내는 화면이 나온다.
KT가 구축한 안양 자율주행버스, 어떤 기술 쓰였나?
이 버스에는 차량 전·후·좌·우 네 방향에 빛으로 거리를 감지하는 센서(라이다) 4대와 함께 카메라 5대, 레이더 1대 탑재됐다. 하지만 장비만 있다고 자율주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KT의 디지털 도로 인프라, 인공지능(AI) 플랫폼, 자율주행제어 인프라 등도 버스 자율주행에 활용됐다.
디지털 도로 인프라에는 초정밀측위(RTK)-GPS와 AI 교통영상분석 솔루션 '로드센스'가 있다. RTK-GPS는 사용자 위치 기반으로 GPS 오차를 보정할 수 있는 보정정보를 제공해 차선 단위의 정밀한 경로와 보정신호 정확도를 유지하도록 한다. 로드센스는 차량 검지 시스템(VDS)으로 돌발상황, 보행자, 차량 감지와 함께 번호판 인식 등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AI 플랫폼에는 로드마스터와 자율주행 플랫폼 '모빌리티 메이커스' 등이 있다. 로드마스터는 AI가 과거·현재 데이터를 학습해 미래 교통상황을 예측하는 솔루션이다. 모빌리티 메이커스는 차량·사물통신(V2X)과 자율주행차량, 도로 인프라에 대해 협력주행·위치 모니터링·원격 제어 등이 가능한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이다.
안양시에 따르면 KT 컨소시엄과 함께 구축한 이 C-ITS는 해외 지자체·기업에서도 수출 문의가 들어올 정도로 관심이 많다.
안양시는 오는 8월14일까지 시범 운영을 마친 뒤 실제 대중교통 서비스에 포함해 유상서비스로 전환할 예정이다. 안양시 관계자는 "(시범 운영 종료 후에도) 한시적으로 무료 운영할 계획"이라면서도 "유료 전환 결정 시기는 운영 결과를 가지고 결정하려 한다. (요금은) 마을버스 수준으로 결정될 것 같다"고 밝혔다.
최강림 KT 모빌리티사업단장(상무)은 "이번 안양시와의 협력은 시민들이 실생활에서 체험하는 지자체 대중교통으로 매우 의미 깊다"며 "앞으로도 많은 지자체, 기업과의 협력 기반 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의 똑똑한 도로와 미래 모빌리티를 이끌도록 계속해서 기술과 서비스를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