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소득 5천만원 돌파…공적보조금 효과로 이전소득 껑충
수급 불균형 심화 및 소비자 피해…"균형적인 농정 설계 필요"
정부, 양곡·농안법 통과시 농업 미래 위해 재의요구권 건의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양곡관리법(양곡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농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수급 불균형으로 농산물 가격이 더 오르며 최종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곡법과 농안법이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 문제다. 양곡법은 쌀값이 폭락하면 팔리지 않은 쌀을 정부가 매입해서 농민의 소득안정을 도모하고 농안법은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저가격제 도입을 목표로 한다.
일부에선 쌀과 특정 품목에 대한 가격 보전이 이뤄질 경우 생산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내 농산물 공급이 줄어들 수 있는데 이 경우 시장논리에 따라 농산물 가격이 급등할 수 있고 소비자 물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야당이 개정안 추진 이유로 내세우는 식량안보와 농가 소득안정도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양곡법과 농안법 실시로 생산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농산물 수입이 늘어날 수 있어 식량안보가 위협 받을 수 있고 농가 소득은 지난해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재정을 투입해 소득을 안정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목소리다.
농가 소득 5000만원 돌파…공적보조금 효과로 이전소득도 껑충
지난해 농가 소득이 역대 처음으로 5000만원을 넘겼으며 농업보조금과 기타 공적 보조금으로 이뤄진 이전소득도 전년대비 12.7% 늘어나며 농가의 경영 안정에 크게 기여를 하고 있는 내용이 담긴 통계치가 최근 제시되며 눈길을 끌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4일 발표한 '2023년 농가 및 어가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소득은 5082만8000원으로 전년대비 10.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농가소득이 50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소득 종류별로는 전년대비 농업소득(17.5%), 농업외소득(4.2%), 이전소득(12.7%), 비경상소득(12.4%)에서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중은 농업외소득(39.3%), 이전소득(33.8%), 농업소득 (21.9%), 비경상소득(4.9%) 순으로 높았다.
특히 이전소득이 전년대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것이 눈에 띈다. 지난해 이전소득은 1718만8000원으로 전년대비 12.7% 늘어났으며 공적보조금(12.9%), 사적보조금(10.7%)에서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2022년 쌀값 등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을 때 정부가 농가 수입을 보장하기 위해 기본직불 지급요건 완화 및 전략작물직불 도입, 영농정착지원금 단가 인상 등 다양한 공적보조금 지급을 늘린 것이 농가 소득 증가에 기여한 셈이다.
수급 불균형 심화 및 소비자 피해…"균형적인 농정 설계 필요해"
지난 1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개최한 '지속 가능 농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선 양곡법과 농안법이 시행되면 농산물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현재도 정부는 초과 생산된 쌀을 매입하고 있는데 양곡법에서 가격 보장제를 적용해 법으로 규정할 경우 쌀 생산 농가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어 노동력이 상대적으로 많이 투입되는 여타 작물에 대한 재배가 줄어들 수 있는 것이 문제다.
쌀은 남아돌아서 가격이 안정화될 수 있지만 쌀 이외의 작물 가격은 공급이 줄어들며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단기간에는 수입 농산물을 통해 가격 안정화를 시도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우리나라 식량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농안법의 경우 국내에 유통되는 500여개가 넘는 농산물 중 특정 품목에 기준 가격을 설정하고, 기준 가격보다 낮으면 정부가 생산자에게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 이러면 기준 가격이 설정돼 있지 않은 농산물 재배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승준호 KREI 곡물경제연구실장은 "양곡법과 농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쌀과 특정 품목 생산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전반적인 농산물 공급 부족 및 가격 상승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데도 소비자를 보호하는덴 한계가 있다"며 "농가 소득 증대와 소비자 물가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균형적인 농정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 양곡·농안법 통과시 농업 미래 위해 재의요구권 건의
피해가 소비자로 향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정부의 반대 이유 중 하나다. 가격 보장 품목으로의 쏠림 현상은 농산물 전체의 공급과 가격 구조를 왜곡할 수 밖에 없고 생산자가 농사짓기를 기피하는 농산물 구매 비용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양곡법 시행으로 쌀 구매와 보관을 위해 연평균 3조원 이상의 세금이 투입돼야 하고 농안법은 5대 채소에 한해 가격보장재를 적용하더라도 1조원이 넘는 재정이 투입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농가 인구 고령화, 농촌 과소화 등 농촌과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사용돼야 할 예산이 제때 투입되지 못하면 농촌 소멸 위기 극복은 물론이고 삶터·일터·쉼터로서의 농촌 기능 재생이 요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업의 경쟁력을 정치적 도구로 삼지 말고 농가 경영 안정, 안정적 수급, 우리 미래농업 발전과 식량 안보를 포함해 최선인지를 생각해보면 좋겠다"며 "법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 농업은 미래가 없어지기 때문에 강력하게 대통령께 재의요구를 건의드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