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수감 중 별건 기소…대법 "국선변호인 조력받아야"

기사등록 2024/05/23 16:04:27

최종수정 2024/05/23 18:16:52

A씨, 징역 1년 확정받고 별건으로 재차 구속

1·2심, 판례 따라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 기각

대법 "구금 상태 방어권 제약…인권 보장해야"

[서울=뉴시스] 대법원.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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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이미 구속된 상태에서 또 다른 사건으로 구속된 피고인도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3일 건조물침입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20년 9월 건조물침입죄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 판결은 2021년 3월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2020년 12월 또 다른 사건으로 공소제기되면서 A씨가 구금된 상태에서 공판절차가 진행됐다. A씨는 '빈곤 기타 사유'를 이유로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청구했으나 1·2심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국선변호인 선정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33조에 대한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형사 사건에서 구속돼 재판받고 있는 피고인만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할 수 있다.

별건으로 구속되거나 유죄가 확정돼 수형 중인 경우는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A씨는 국선변호인이 없는 상태에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3개월을 선고받았다.

A씨는 "구속 상태에 있었던 자신을 위해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지 않은 채 진행됐다"며 "1심 및 원심의 재판 과정이 위법하다"며 상고했다.

대법원에서는 별건으로 구속되거나 유죄판결이 확정돼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도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피고인이 구속된 때'가 기존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변호인으로 하여금 공판심리에 참여하도록 했어야 함에도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은 채 피고인만 출석한 상태에서 공판기일을 진행하여 판결을 선고했다"며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소송절차가 형사소송법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형사소송법 제33조에 규정된 국선변호인 선정사유를 보다 폭넓게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별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집행되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돼 그 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도 포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종래의 판례 법리에 따른 대법원 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구금 상태로 제약된 방어력의 보충을 위해 국선변호인의 선정이 요청되는 정도는 구금 상태의 이유나 상황에 관계없이 모두 동일하다"며 "형사절차에서 침해될 수 있는 국민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이 사건 조항의 입법 목적 또한 충실하게 구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가의 공권력에 의한 구금으로 방어권이 취약한 상태에 놓인 피고인에 대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을 보다 충실하게 보장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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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수감 중 별건 기소…대법 "국선변호인 조력받아야"

기사등록 2024/05/23 16:04:27 최초수정 2024/05/23 18: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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