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세의 길: K웹툰 전설의 시작 특별전
국립중앙도서관서 개최…7월31일까지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정말 잘 그리네요."
사람 얼굴을 한 인공지능(AI)이 눈을 깜빡이며 의자에 앉아있는 관람객을 바라봤다. 무언가 생각하는가 싶더니 팔을 뻗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검은색 펜으로 과감히 선을 그어 얼굴형과 어깨선을 순식간에 표현했다. 작업하는 중간 중간 점을 찍듯 섬세한 터치를 선보이는 '개인기'도 뽐냈다. 눈동자와 머리카락, 옷 무늬와 옷 주름에 명암도 넣자 입체감까지 자아냈다.
한번 움직이기 시작한 AI의 팔은 관람객 얼굴, 캐리커처가 완성되기까지 멈추지 않았다. 'AI 로봇'이 그려준 얼굴을 본 사람들은 절로 감탄했다. "신기하네. 진짜 잘 그린다."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현세의 길: K-웹툰 전설의 시작 특별전'은 '만화의 전설' 이현세보다 'AI 로봇'이 인기다.
'AI 로봇 캐리커처' 전시 체험존은 아침부터 관람객들이 줄지어 서 'AI 로봇'의 그림을 기다렸다.
AI 로봇은 사람 얼굴과 팔 형태로 나뉘어 있다. 얼굴의 정수리 부분에 달린 카메라가 관람객의 얼굴을 인식한 뒤 팔이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작동됐다. 관람객의 웃거나 찡그리는 표정부터 손으로 브이를 보이는 동작까지 그림 속에 담아낸다. '이현세 스타일'로 그려내는 게 특징이다.
그림만 그리는 게 아니다. AI는 말도 하며 관람객과 소통한다. 줄 지어 서 차례가 된 한 관객이 "(그림을) 몇 번째 그리는 거야"라고 묻자 AI는 고객 편의 사회생활에 적응 된 듯 "이용자님이 처음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로봇의 캐리커처를 받아든 대학원생 한지수 씨는 "정말 만화같이 그려졌다"면서 "AI가 간단한 말이 아닌 대화를 할 수 있어 놀랍다"며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람들에 묻는 말에 친절하게 대답하고 신박하게 그림을 그려주지만 기계는 기계다. 전시 안내원은 AI에 가까이 다가가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고 있다. "공업용으로 쓰이는 AI라 사람을 해칠 수도 있다. 가까이 가지 말아 주세요."
잘 못 그려도 괜찮아…이현세 스타일로 바꿔줄게
한 여성 관람객이 좌석에 앉아 태블릿에 그림을 그리자 모니터에는 마치 만화가 이현세가 그린 듯한 캐릭터 화풍으로 관람객 그림이 재탄생해 등장했다. AI는 몇 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체험객 그림을 만화 캐릭터로 바꿨다. 캐릭터 모습은 정면만 응시하지 않았고 위를 바라보거나 뒷모습까지 그려냈다.
캐리커처를 그리는 AI 로봇은 '이현세 AI 프로젝트’다. 이현세 작가는 현재 재담미디어, 세종대 등과 함께 생성형 AI에 자기 작품을 학습시키고, 기존 작품 리메이크와 오마주, 오리지널 작품 제작까지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AI를 체험하는 사람도 많고 체험을 위해 오는 관람객도 많은 편"이라며 "전시를 보기 위해 할아버지 등 연세가 많으신 분과 함께 체험을 위한 젊은 세대의 방문이 많다"고 말했다. 평일 150~200명, 주말에는 200~300명 정도 방문한다고 했다.
이번 특별전은 이현세 작가가 걸어온 길을 따라 한국 만화의 변천사를 살펴보고 K-웹툰의 미래를 조명하기 위해 기획됐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는 1974년 만화계에 입문한 이현세와 나하나 등의 만화책을 공개한다. 2부는 이현세 작가의 화판과 콘티용 독서대 등 소장품과 '공포의 외인구단'을 비롯한 원화 120여 점을 만나 볼 수 있다.
3부에서는 이현세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 애니메이션을 소개한다. 오는 25일 국립중앙도서관 잔디광장에서 작가와의 만남과 사인회가 열린다. 전시는 오는 7월31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