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0일은 세계인의 날
서울인구 4.7%는 외국인
"한국에서 첫 눈 봤어요"
하지만 여전한 인종차별
[서울=뉴시스]우지은 기자 = "한국에서 일반적인 질문은? 어디 살아? 남자 친구 있어? MBTI 뭐야?"
인도에서 온 싱 스와르님(35)은 자신의 SNS 계정에 "한국에서 매우 일반적인 질문"이라며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애인이 없는 사람에게도 이 같은 질문을 한다"고 영어로 소개한다.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 만드는 법, 서울 버스 색깔에 따른 노선의 특징 등 재밌는 한국 문화나 유익한 정보를 공유한다.
세계인의 날인 20일 뉴시스는 9년 차 한국 직장인 스와르님의 한국생활 적응기를 청취했다.
5월20일은 세계인의 날이다. 다양한 민족·문화권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2007년 국가기념일로 제정했다.
단일민족을 강조하던 한국은 이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다문화 사회가 됐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거주 외국인 주민은 약 44만명이다. 서울인구의 4.7%다. 서울시 인구 21명 중 1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대상자별로 보면 외국인 유학생은 7만5000명(국내 전체 유학생의 44.7%), 외국인 근로자는 4만4000명, 결혼이민자는 3만2000명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온 이유, 한국에서 일하는 분야도 다양해졌다. 이전에는 생계를 위해 소위 '블루칼라'로 불리는 육체노동을 하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현재는 마케터, 엔지니어, 선생님 등 직군의 외국인들이 한국에 산다. 스와르님도 여기 해당한다.
한국 이름 임수아, 인도 이름 싱 스와르님(Swarnim Singh). 그는 인도 뉴델리의 네루대(Nehry University) 한국어학과에 입학해 한국어를 배웠고, 2015년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장학금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유학을 왔다.
서강대에서 국제통상학 석사과정을 2년 공부했다. 한국 이름 임수아는 이때 만난 한국인 친구가 지어줬다.
26살 학생이었던 그는 서류 평가와 면접을 거쳐 한국에서 어엿한 디지털 마케터가 됐다. 낮에는 한국 직장인으로 일하고, 여가 시간에는 한국과 인도의 문화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제작해 공유한다.
인도에서 한국 드라마를 즐겨봤고 한국어를 배웠지만 실생활 적응은 녹록지 않았다. 날씨와 음식이 문제였다.
26년간 더운 날씨에 살았던 스와르님은 한국에서 처음 눈을 봤다. 그는 "한국인이 반소매를 입을 때 나는 긴소매를 입었는데 이제는 나도 반소매를 입는다"며 웃었다.
채식의 벽도 느꼈다. 스와르님은 "태어날 때부터 채식했는데 2015년 당시 한국은 채식이라는 개념이 흔하지 않아 매일 인도식당에 가서 카레를 먹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한국에서 먹을 것이 없어 안 먹던 계란을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에서 채식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샐러드 가게와 일반식당에 채식 메뉴가 생겼다.
현재 그는 한국의 채식 식당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기도 한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고 한국문화를 알리고 싶어서다. 반대로 인도문화를 한국에 알리는 콘텐츠도 만든다.
한국에 9년 동안 살았고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점점 늘어나는 걸 피부로 체감하지만 외국인에 대한 편견도 여전함을 느낀다.
스와르님은 인종차별 경험을 떠올렸다. 그는 "친구들과 놀고 있었는데 한국인 아저씨로부터 '살던 나라로 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스와르님은 "한국 사회에 외국인 통합과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면이 있다"며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존중하는 정책과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고, 이러한 변화는 한국이 글로벌 시대에 더욱더 열린 사회가 되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사회가 온다면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어디를 가든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자랑스럽게 전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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