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가로챈 마을 이장·어촌계장들…공무원도 '한통속'

기사등록 2024/05/21 14:00:00

최종수정 2024/05/21 16:40:52

감사원, 범죄 혐의자 10명 경찰청에 수사 요청

사건 연루된 전·현직 공무원 12명 징계 등 요구

"마을대표 非공무원 신분, 관리·감독에 한계 多"

[서울=뉴시스] 변해정 기자 = 공적 업무를 수행하면서 사리사욕을 채워온 이장과 어촌계장 등 마을 대표들이 감사원 감사에서 무더기 적발됐다. 이를 감시해야 할 공무원들도 한통속이었다.

감사원은 부산 영도구 어촌계장인 영어조합법인 대표 A씨 등 마을 대표 및 관계자 7명과 영도구청·남원시청 공무원 3명 등 총 10명을 지난해 12월 경찰청에 수사 요청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 3명은 징계, 7명은 주의 처분할 것을 각각 요구했다. 퇴직한 2명에 대해서는 재취업 등의 불이익을 받도록 인사자료를 통보했다.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위법·부당 사항은 총 10건이다.

◇어촌계장에 휘둘린 영도구청 공무원들

부산 영도구는 지난 2016년 5월 항구 매립에 따른 어민의 피해 보상 차원에서 관내 300.9㎡의 공유지에 7억원을 들여 수산물직매장으로 짓고 A씨가 어촌계장으로 있는 어촌계에 매각 또는 기부채납 조건으로 임대하기로 했다.

그런데 A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유사 명칭의 어촌계 영어조합법인 명의로 공유지를 매수 신청했고, 영도구 공유재산 매각 업무 담당 공무원 B씨와 부구청장이자 공유재산심의회 위원장인 C씨는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이 조합에 수의매각 한다는 서류를 작성·결재했다.

영도구에서 보조금 업무를 담당하는 또 다른 공무원 4명은 A씨 조합 명의의 계좌로 보조금 2억8000만원을 지급했다.

게다가 조합 공동대표인 F씨가 수산물직매장이 준공된 해인 2018년 7월 사업 시행지침에 따라 '연면적 40% 이상을 직매장 시설로 운영 시 사업성이 없다'는 사유로 보조사업 취소를 신청하자 영도구 공무원들은 한 달만에 이를 받아들여 보조금을 전액 환수했고, 조합 측은 수산물직매장은 22억5000만원에 매각해 12억9000여 만원의 시세 차익을 봤다.

알고 보니 F씨가 주장한 사유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보조금법)'상 보조사업 취소 및 보조금 반환 사유에 해당하지 않았다.

결국 어촌계만 어민회관 및 보조사업 혜택을 받지 못해 손해를 보게 됐다.
 
감사원은 A씨와 F씨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영도구청 공무원 2명을 보조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각각 수사 요청했다. 업무 처리를 소홀히 한 B씨와 C씨 등 관련자 7명에 대해서는 주의를 요구했다.

◇서류 꾸며 폐교 공짜로 빌려 5년간 카페 영업

제주특별자치도의 ㊄리 마을회 이장이던 Q씨는 지난 2017년 7월 서울에서 제주로 이사를 와 1년 남짓 거주하던 R씨와 S씨로부터 폐교된 초등학교 건물을 활용해 카페 사업을 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R씨와 S씨는 마을회에서 직접 마을주민 소득증대사업을 추진하는 것처럼 꾸며 사업계획서를 썼고, Q씨는 이 가짜 계획서를 토대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 폐교 무상 대부계약을 신청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5차례 체결을 통해 빌리는 데 성공했다. 현행법상 폐교재산의 무상 대부는 주민 소득증대시설 용도로만 가능하다.

이후 Q씨는 마을회 명의로 R씨가 대표이사로 하는 주식회사에 폐교 무상사용권을 넘겨주는 대가로 연간 500만원을 지급받는 이면계약을 맺었다.

R씨 회사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카페 영업으로 총 34억37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폐교 건물을 불법 무상사용한 이익은 1억2300만 원 상당에 이른다.

R씨와 S씨는 Q의 후임으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2년간 이장직을 맡아왔고, 제주도교육청은 감사원 감사 전까지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감사원은 이들을 사기 혐의로 수사 요청하고, 제주도교육감에게 폐교재산 대부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 요구했다.

◇주민 피해 보상 마을사업 보조금 '꿀꺽'…무자격 알고도 모르쇠

전북 남원시는 관내 ㊆면 ㊇리 인근의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로 인한 주민의 피해 보상 차원에서 농산물 가공공장을 짓는 마을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㊇리 이장이자 마을사업 추진위원장이던 U씨는 배우자와 아들, 처남, 처남댁 등 4명과 함께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조합 소유로 ㊇리 소재 연면적 498.56㎡의 부지를 매입했다. 이후 마을사업 추진위원장 명의로 이 부지에 농산물 가공공장을 건립하는 보조사업을 신청했다.

남원시청에서 보조금 업무를 담당하는 V씨와 상급자인 W씨는 이 부지는 마을사업 부지가 될 수 없는데도 그 해 7월 1억8700만원의 보조금을 교부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U씨는 조합을 농산물 가공공장 건축주로 하는 건축허가를 받고 이를 근거로 조합으로 보조사업자 및 보조금 교부 결정 변경을 요청했다.

V씨는 조합의 경우 마을사업의 보조사업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승인해줬고, U씨는 보조금으로 건립한 농산물 가공공장을 조합 명의로 소유권 보존 등기했다.

결국 ㊇리 마을 주민들은 법에 따른 보조사업 혜택을 받지 못해 손해를 본 반면 조합은 보조금 상당의 이익을 챙겼다.

감사원은 U씨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W씨를 지방재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 요청했다. 또 V씨와 W씨에 대한 인사자료를 통보했다.

◇새마을회 직인 도용까지…감사원 "허가 취소하라"

화성시 ㊉면 ㊀2리 전 노인회장이자 수리계장인 H씨는 지난 2018년 7월 개발제한구역인 ㊀리 ㊀㊁ 일원 4440㎡에 ㊀2리 새마을회가 야영장을 하는 것처럼 꾸며 화성시로부터 아영장 사업자 선정 및 행위허가를 받았다. 이 부지는 자신의 배우자와 딸이 소유한 것이었다.

H씨는 당시 자신이 ㊀2리 새마을회 대표도 아니면서 대표인 것으로 기재하고, ㊀2리 새마을회 직인을 허위로 만들어 날인했으며, 회의록도 가짜로 꾸며 첨부했다.

H씨는 2021년 1월부터 6월 사이 다시 이 야영장을 같은 수법으로 ㊀2리 대지와 주차장을 마을회관과 마을공동구판장 용도로 변경하는 행위허가를 받았다.

화성시청 공무원 F씨와 G씨는 그 해 7월경 ㊀2리 새마을회 직인을 지참하고 화성시를 찾은 주민 4명에 의해 H씨가 제출한 행위허가 신청서에 찍힌 직인과 실제 직인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데도 H씨에 대한 조사와 허가 취소 조치를 하지 않은 채 그 해 12월 마을회관과 마을공동구판장 용도의 건축물 2개 동에 대해 사용 승인을 해줬다.

그 결과 H씨 가족은 ㊀리 ㊀㊁ 일원에 대한 지목변경을 통해 4억여 원의 시세차익을 거뒀고 건축물 2개 동도 불법 취득하게 됐다. 이후 H씨는 건축물 2개 동 소유권을 허위 거래를 통해 자신의 배우자와 딸에게 각각 이전했다.  

H씨는 또 2019년 1월 개발제한구역인 ㊀리 ㊀㊅번지 외 25필지에 자신이 운영할 목적이면서도 ㊀2리 수리계가 낚시업을 하는 것처럼 꾸며 낚시터업 허가를 신청했다. 이때도 H씨는 허가 신청서에 회의록을 허위로 만들어 첨부하고 사업계획서상 순수이익금으로 마을 공동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

그런데 화성시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해 그 해 4월 그대로 허가했다. H씨는 낚시터를 직접 운영하지 않고 제3자에게 임대해 매년 3000만 원의 임대 수익을 취해왔다.

감사원은 H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수사 요청했다. 화성시에는 개발제한구역 내 행위허가를 부당하게 처리한 F씨와 G씨에 대해 경징계 이상 처분을 요구하고 부정 행위로 취득한 허가를 취소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감사원은 "농어촌 공동이용시설 등 생활밀착형 지원 증가와 주민 고령화로 마을 대표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지만 공무원 신분이 아니어서 관리·감독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라며 제도 개선의 시급성을 피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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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가로챈 마을 이장·어촌계장들…공무원도 '한통속'

기사등록 2024/05/21 14:00:00 최초수정 2024/05/21 16: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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