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핵 개발 지지자이자 실질적 권력자
"이란의 핵 정책은 궁극적으로 하메네이 권한"
"대통령 바뀌어도 기조 바뀔 가능성 없어"
[서울=뉴시스] 박광온 기자 = 강경파로 분류되는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헬기 사고로 사망한 가운데, 이란의 핵 프로그램 개발 정책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신들은 실질 권력자이자 핵 개발 지지자로 알려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로 있는 한 핵 개발 기조는 그대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와 메흐르통신 등은 이날 헬기 추락 이후 실종 상태였던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등 총 9명이 모두 사망했다고 전했다.
2021년 8월 이란 제8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라이시는 강경 보수 성향으로 최고지도자에 이어 2인자 역할을 했으며, 차기 최고지도자로도 거론된 인물이다.
라이시 대통령 집권 동안 이란 핵 합의 복귀 진전은 부족
다만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이란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이의 긴장은 고조됐다.
이에 이란은 프로그램에 적용된 모든 제한 사항을 저버리고 우라늄을 무기급 수준인 90%에 가까운 순도인 최대 60%까지 농축했다.
IAEA의 감시 카메라는 작동이 중단됐고, 이란은 IAEA의 사찰단 출입을 금지했다. 이란 당국자들은 핵무기를 추구할 수 있다고 점점 더 위협하기도 했다.
JCPOA를 부활시키려는 노력은 2021년 4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시작됐다. 라이시 대통령이 집권한 2021년 8월 이후에도 여러 차례의 협상이 이뤄졌으나 이듬해인 2022년 8월 마지막 회담을 한 이후로는 실질적인 진전이 보고되지 않았다.
"라이시 집권 하에서 핵 프로그램 개발은 계속"
특히 정치 경력이 짧았던 라이시 대통령은 그의 후원자이자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로부터 핵 개발 등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하메네이는 강력한 반(反)서방 입장을 취하는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라이시 대통령 집권 하에서도 핵 미사일 개발이 이뤄진 것은 이란의 핵 개발을 옹호하는 하메네이의 영향력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성직자와 정부가 분리된 이란의 정치 체제에서는 대통령이 아닌 하메네이가 모든 주요 정책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한다.
라이시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에는 하메네이에게 충성하는 강경파들이 이란의 모든 권력층을 통제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란 핵 정책은 궁극적으로 하메네이 권한…핵 개발 계속될 것"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라이시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죽음이 이스라엘과의 오랜 냉전을 크게 바꿀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란의 핵 정책은 궁극적으로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의 권한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전 세계적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 이란은 이스라엘과도 전쟁을 치르고 있어 더더욱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예측도 나온다.
다만 최근까지도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 대한 사찰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체결한 협정을 이행하는 방법에 대해 IAEA와 협상을 진행한 만큼, 제재 해제를 위해 이란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무기로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핵무기를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는 세력으로서의 지위를 활용할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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