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충당금 적립과 부실사업장 경공매로 부담 가중
향후 손실 늘면서 지방 중소형사 위주 M&A 전망도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저축은행 업계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향후 추가 충당금을 적립하고 부실 사업장 경·공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손실 규모가 불어나고, 유동성 위기를 맞는 지방 중소형사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4일 나이스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부동산PF 예상손실은 증권 3조1000억~4조원, 캐피탈 2조4000억~5조원, 저축은행 2조6000억~4조8000억원 등 규모로 추정된다. 기적립된 대손충당금을 제외한 추가 적립 필요 충당금 규모는 증권 1조1000억~1조9000억원, 캐피탈 9000억~3조5000억원, 저축은행 1조~3조3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수익성과 건전성 하방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업권별 자기자본 대비 추가 적립 필요 충당금은 저축은행이 6.8~22.4%로 가장 높다. 증권은 1.4~2.4%, 캐피탈은 2.8~11.1% 수준이다.
이예리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이번 정책에 따른 부동산PF 재구조화와 정리로 인해 2금융권이 보유한 상당수 사업장에서 관련 손실 인식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관련 손실 규모에 대응한 추가적인 대손충당금 적립과 자본 확충 등이 요구되며, 회사 자체 여력이 부족한 경우 계열로부터의 유상증자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해 5633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투자, OK, 대신, 키움예스, 애큐온, 페퍼, 동양 등 저축은행은 6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증권은 3조1862억원, 캐피탈은 3조1548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각각 시현했다.
동영호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일부 회사의 경우 고위험 부동산PF 비중이 높아 손실 인식 규모가 손실대응능력 대비 크거나, 계열로부터의 지원가능성이 낮아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이 경우 미국 JP모건체이스의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인수 사례처럼 우량 금융기업과의 M&A를 통해 일부의 부실이 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고, 원활한 연착륙을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2금융권은 PF관련 손실을 줄이기 위한 업권별 자체펀드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자체펀드만으로는 버티는 데 한계가 있어 추가 충당금 부담을 덜기 위한 대규모 경·공매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는 대출 원금보다 과도하게 낮은 가격으로 사업장을 매각하고 후순위권자로 손실이 커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130원으로 평가되는 담보를 100원에 대출했고 충당금을 쌓아 장부가를 70원으로 낮췄다"며 "70원에 팔아도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파는 것인데 시장에선 더 낮게 50원 이하에 사려고 기다리는 게 많다"고 설명하면서 업계 고충을 호소해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은 부실 리스크가 있는 사업장을 서둘러 털고 가자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 인하로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는 것을 기다려왔다"며 "추가 충당금과 경공매 등 앞으로 부담이 커지면서 지방 중소형사 위주로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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