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公, 미수금 14조 '역대 최대'…한전, 적자 42.3조
고물가에 전기·가스료 동결…국제유가 요금 반영해야
오늘 한수원·남부발전 등 한전 발전자회사 실적 공시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지난 1분기 연달아 흑자를 기록하며 긍정적인 출발을 알렸다. 다만 수조원에 이르는 누적 적자와 미수금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만큼 전기·가스요금을 현실화해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지난 1분기 9215억7700만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와 비교해 56.6% 크게 늘었는데, 용도별 원료비 정산이 늘어난 게 증가를 견인했다.
한전도 같은 기간 한전은 1조299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는 데 성공했다. 한전은 지난해 3분기 흑자 전환 이후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그동안 세 차례 전기요금을 인상하며 전력 판매 수익이 늘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
한전과 가스공사가 일제히 호실적을 내고 있지만, 에너지 원재료 가격 상승과 요금 인상 시기 지연 등으로 악화된 재무 여건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전은 지난 2021년 2분기부터 누적된 적자만 42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로 인한 한전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202조원을 넘어섰다.
더욱이 한전의 영업이익 규모 자체도 줄어들고 있어 지난해 전기요금 인상의 약발이 다한 모양새다. 지난해 3분기 1조9966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4분기 1조8843억원, 지난 1분기 1조2993억원으로 감소 중이다.
가스공사의 지난 1분기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역대 최대 규모인 14조1997억원을 기록했다. 가스공사는 가스를 산 가격보다 싸게 팔면 차액만큼을 향후 가스요금에 반영한다고 보고 미수금으로 계상하는데, 실질적 적자로 볼 수 있다.
이에 재무 악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근본적인 해결책인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 위기 배경에는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오른 것을 전기·가스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는 게 자리한다.
한전 적자는 발전사에 전기를 비싸게 사 와서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로 인해 발생한다. 최근 역마진 구조가 해소되긴 했으나 수조원에 이르는 누적 적자를 만회하기엔 역부족인 상태다.
가스공사 역시 원가보상률이 8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원가의 80% 선에서 국내에 공급 중이란 의미다.
결국 한전과 가스공사가 각각 전기와 가스를 팔면 팔수록 적자를 보고 있던 것이다.
문제는 최근 정부가 고물가로 인해 전기·가스요금을 일제히 동결했단 점이다.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되지 않는 한 문제의 원인이 되는 '싸게 파는' 기조는 바뀌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달 말 가스요금을 구성하는 원료비와 공급비를 모두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한전이 2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한 것에 이어 가스요금까지 동결된 것이다.
그동안 총선 이후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고물가에 동결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소비자물가는 2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이어가다가 지난달 2.9%로 소폭 떨어진 바 있다.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연료비 조정단가는 지난 2022년 3분기부터 8개 분기 연속 현행 유지 상태다. 전기요금 인상은 사실상 지난해 5월 이후 멈춰 섰다. 가스요금도 지난해 5월 이후 줄곧 동결 결정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비싸게 사 오는' 요인이 되는 국제 에너지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최근 불안한 중동 정세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며 국제유가는 요동치고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 중인 점도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다.
한전 역시 대외적인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 및 중동 분쟁의 확산 등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의 상승과 고환율 등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전력구입비 증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정부에서도 한전과 가스공사 재무 상황을 고려해 전기·가스요금 현실화에 대한 공감대가 큰 상황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전기·가스요금 정상화는 반드시 해야 하고 시급하다"면서도 "소비자 민생 직격타일 뿐 아니라 산업에서 우려하고 있고 아직 중동 상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계속 주시하면서 (인상의) 적절한 시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전과 가스공사에 이어 한전 발전자회사들의 1분기 실적 공시도 예정됐다. 한전이 호실적을 기록한 만큼, 발전자회사들의 실적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은 14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오는 16일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실적을 공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