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보호 3법·임금체불방지법·실업급여 반복수급 계류中
21대 국회 종료되는 29일까지 처리 안되면 그대로 폐기
육아휴직 예산 늘리고 대대적 홍보했으나 통과 불투명
지난해 사상 최대 임금체불액 기록했지만 정쟁에 밀려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제21대 국회 임기만료가 3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육아휴직 기간 연장과 실업급여 반복수급 제한 등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노동 관련 법안들이 여전히 산재해 있다. 남은 기간 동안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통과까지 가능할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국회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노동 관련 주요 법안들은 ▲모성보호 3법 ▲임금체불방지법 ▲실업급여 반복수급 제한 등이다.
큰 틀에서는 여야 이견이 없어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지만,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의 '채상병 특검' 단독 처리에 반발해 국민의힘이 7일 열린 환노위 전체회의에 불참하면서 이 법안들의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해당 법안들은 21대 국회가 종료되는 29일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그대로 폐기된다.
특히 모성보호 3법은 저출생 문제 해결이 시대적 과제로 부상한 만큼 여야 모두의 공감대가 형성돼 순조로운 처리가 예상됐다. 부모의 육아휴직을 각각 1년6개월씩 최대 3년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 등이 국회에 제출됐다. 현행 부모의 육아휴직 기간은 자녀 한 명당 각각 1년으로 총 2년이다.
고용부는 2022년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육아휴직기간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제시했고 지난해 1월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기존 1년에서 1년6개월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대대적인 홍보에도 아직까지 처리 여부는 미지수다.
이외에도 고용보험법 개정안과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3법에 포함된다. 고용보험법의 경우 배우자 출산휴가의 급여 지급 기간을 '최초 5일'에서 '휴가 전체 기간(10일)'으로 확대해 배우자 출산휴가 제도를 활성화하는 내용이다. 이 법률개정안은 지난해 10월 정부의 제안으로 환노위에 상정됐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조산 위험으로부터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손 볼 예정이었다. 여성 근로자의 1일 2시간 근로시간 단축 기간을 현행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서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2주 이후'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용부는 이미 이 같은 정책 계획을 반영해 올해 육아휴직 관련 예산을 늘렸다. 육아휴직 급여 지급액은 지난해 1조6964억원에서 최근 수급자 증가 추세 및 제도 개선 사항을 고려해 올해 1조9869억원으로 확대 편성했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역시 지난해 937억원에서 올해 1490억원으로 늘렸다. 하지만 법안 처리가 밀리는 바람에 예산 운영에 차질이 생길 위기에 직면했다.
임금체불방지법의 경우도 최근 급증하는 임금체불 해결에 여야 간 이견이 없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등 10인은 지난해 6월 "매년 약 1조3000억 원의 임금체불 발생하고 24만여명의 근로자가 피해를 입는 등 임금체불 문제가 심각하다"며 개정안을 발의했다.
미지급 임금에 대한 지연이자 지급의 적용범위를 재직 중인 근로자까지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또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주의 경우 임금 등 체불자료를 고용부 장관이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고용부에 따르면, 최근 임금체불 증가세가 둔화되긴 했으나 올해 1~3월 임금체불액은 5718억원으로 전년 동기(4075억원) 대비 40.3% 증가했다. 지난해 임금체불액은 1조7845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이처럼 임금체불방지법이 통과되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서 노동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각 산업의 임금체불이 심각한 수준에 달해 있는 상황에 치솟는 물가로 민생이 파탄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정쟁을 위해 법안 통과에 어깃장을 놓는 여당 의원과 고용부 장관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실업급여 반복수급을 제안하는 법안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고용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1년 11월 5년 내 실업급여를 세 번 이상 받은 반복 수급자를 대상으로 세 번째부터 급여의 최대 50%까지 삭감하는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실업급여 제도를 남용하는 '모럴 해저드'를 막고 실업자의 재취업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실업급여의 반복수급을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고용부가 이 같은 개선안을 제출한 데 이어 정철민, 윤준병 민주당 의원과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까지 관련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제출했다.
다만 21대 국회에서는 상정만 됐을 뿐 제대로 된 법안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당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었던 박대출 의원의 '시럽급여' 발언으로 실업급여 개편 사안이 정쟁화되기도 했다.
이처럼 주요 노동 관련 법안들이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수진 환노위 민주당 간사는 "임기를 한 달 남겨놓고 쟁점 법안들이 통과될 수 있을지, 정부 합의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환노위원들도 "모두 정부와 여당에서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법안들 아닌가"라며 "인구소멸이 예견되는 대한민국의 위기에 공감하지 않느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해당 주요 법안들이 계류 중인 것에 대해 "아직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며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았고 꼭 통과돼야 할 법들인 만큼 정부는 끝까지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실업급여 개편안은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22대 국회가 개원한 뒤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