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일본 정부는 한국을 적대국으로 보는가."
네이버가 지난 13년간 세계적인 메신저 앱으로 키워낸 '라인'을 일본에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네이버가 라인야후의 지분을 일본 소프트뱅크에 매각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배후엔 일본 정부가 있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라인에서 발생한 해킹 사건을 구실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궁색한 명분에 불과하다.
지난해 라인앱 이용자 정보 등 약 51만9000건이 유출됐다고 한다. 그렇다고 타국 기업의 경영권까지 강제로 넘기라고 요구하는 것은 기업의 자유와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필요하다면 보안 강화 조치를 취하면 되는 것이지, 지배구조까지 흔들어 경영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조치라고 할 수밖에 없다.
만약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서 일본인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과연 일본 정부가 미국 기업에 지분을 매각하라고 압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전 세계 106개국의 페이스북 이용자 5억3300만여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고, 이 중에는 일본인 43만여명의 개인정보도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이번 라인 사태처럼 미국의 페이스북을 강하게 압박하진 않았다. 미국 기업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 한국 기업엔 엄격한 이중 잣대를 적용한 것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네이버 최수연 대표 역시 이번 라인 사태를 '이례적'이라고 규정했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50으로 출자해 설립한 합작법인 A홀딩스가 65%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한일 양국의 기술 협력과 경제 협력의 상징적인 사례로 꼽혀왔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양국 협력 관계를 해치면서까지 왜 이런 무리한 시도를 하는 것일까. 결국은 일본 국민의 80%가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 플랫폼 '라인'을 한국 기업 네이버의 손에서 빼앗으려 하는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단순한 해킹 사건 해결 차원을 넘어서 자국 기업 소프트뱅크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라인야후는 이미 개인정보보호 개선 대책으로 데이터 서버의 일본 내 이전과 네이버와의 기술적 단절 등을 제시한 바 있다. 그렇다고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등 해외 기업이 모든 일본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현지 서버에서 보관하진 않는다. 이 또한 한국 기업 네이버에 대한 차별적인 압박에 해당한다.
특히 이번 라인 사태는 미국 정부의 '틱톡 강제매각법'과도 비견된다. 최근 미국 상원은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360일 내에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법안을 가결 처리했다. 중국 정부에 자국의 데이터가 넘어가는 것을 우려한 조치다.
하지만 한국-일본, 미국-중국의 관계는 다르다. 한국과 일본은 미중 대립관계와 달리,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 국가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라인 플랫폼에 국가 안보 위험이 있다고 볼 근거도 없다.
우리 정부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해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국익을 위해, 네이버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필요한 지원을 할 것"이라고 했지만,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보다 더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간이 얼마 없다. 일본 정부는 7월 1일까지 행정조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와 직접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 네이버 경영권 수호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국의 글로벌 IT 신화를 세운 라인을 일본에 빼앗긴다면, 일본에 대한 국민적 반감은 물론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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