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라파 들어가면 무기 지원 중단"…선적 보류
민간인 보호 요구 위해 이스라엘에 극단적 메시지
이스라엘 분노·좌절…"美반발 무시하면 전략적 손실"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후의 도시 라파를 공격하면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7개월간 민간인 보호를 요구하며 이스라엘을 설득해 온 바이든 대통령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스라엘 전시 정책에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바이든 "이스라엘, 라파 들어가면 공격용 무기 지원 중단"
바이든 대통령은 "폭탄과 기타 방식으로 인구 밀집 지역을 공격한 결과 (가자) 민간인들이 사망했다"며 "그들(이스라엘)이 라파에 들어가면 무기를 공급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아이언돔 방공 시스템을 포함한 방어 무기는 계속 제공하겠지만, 라파 대규모 지상 침공이 시작되면 공격용 무기는 선적을 중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방침을 이스라엘 지도부에도 전달했다고 했다.
액시오스 등 미 언론들은 전날 미국이 지난주 이스라엘에 보내려던 2000파운드(약 900㎏)급 폭탄 1800개와 500파운드(약 230㎏)급 폭탄 1700개 선적을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8일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이스라엘이 라파 민간인을 보호하지 않는 대규모 공격을 개시해선 안 된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며 "상황을 평가한 뒤 고성능 무기 선적을 중단했다"고 확인했다.
현재까지 선적 보류는 1회에 그쳤지만, 향후 이스라엘이 라파 총공격에 들어가면 추가로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에 강력한 메시지…76년 양국 관계에도 전환점
하지만 이스라엘 지도부에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고 오히려 이스라엘군이 지난 6일 라파 일부를 점령하면서 극단적인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스라엘 내각이 어떻게 반응하냐에 따라 이번 전쟁뿐만 아니라 76년 미국-이스라엘 관계에도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컨설팅 회사 유라시아그룹의 클리프 쿱찬 의장은 뉴욕타임스(NYT)에 "이 결정은 바이든이 네타냐후에 대한 유일한 지렛대인 무기 보류를 사용하기로 했다는 걸 의미한다"며 "이스라엘 안보를 위협하기 시작하면서 양국 관계는 바닥을 쳤다"고 분석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전쟁이 계속되면 선거에도 부정 영향을 미칠뿐더러, 민주당 단결과 세계에서 미국의 위상이 저해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엘리엇 에이브럼스 전 미 국무부 국제기구 담당 차관보는 "(바이든 행정부가) 요구하는 건 이스라엘이 라파에 진입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인질 협상이 막히면 이스라엘은 라파에 진입할 것이고, 이는 엄청난 긴장을 야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미국 결정에 분노…지원 포기하고 라파 공격 단행 가능성도
이스라엘 총리실 고문을 지낸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소속 연구원 샬롬 립너는 "하마스를 대담하게 만들 무기 제한이 바이든의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철통같은 약속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을지 이스라엘 내에서 깊은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군사 및 외교적 지원 주요 공급자 (미국)의 시끄러운 반발을 무시하는 건 이스라엘의 전략적 손실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스라엘 내각이 하마스 근절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하고 있는 만큼, 미국 지원을 포기하고 라파 총공격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스라엘엔 가자지구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무기가 많이 있으며, 미국이 보류한 폭탄을 반드시 포함하지 않아도 되는 다양한 선택지가 이스라엘군에 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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