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계획 수립' '전문성 확보' 등이 관건
'자료 요청' '협치' 끌어낼 위원 능력도 중요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지난 2일 여야 합의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향후 꾸려질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제대로 진상 규명을 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재난조사 전문가들은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고 비판받는 앞선 재난조사기구들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조사 계획 수립과 구성원들의 전문성 확보 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6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과거 다른 재난조사기구에 조사관으로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특조위가 '처벌을 위한 수사'가 아닌 참사를 낳은 '구조적 원인 조사'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짧은 기간 효율적인 조사를 위해 재난 전문가들로 특조위를 구성하고, 여야 추천 위원들의 합치를 끌어낼 역량을 갖춘 인사들이 특조위원으로 합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조사관으로 일했고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와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에서 종합보고서를 집필했던 박상은 전 조사관은 조사의 초점이 이른바 '윗선'의 위법성을 규명하는 것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윗선'의 위법성을 규명하기 위한 증거를 찾는 데 조사 초점이 맞춰지다 보면 대형 참사를 불러일으킨 책임 기관들의 복잡다단한 '구조적 무능'들이 가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박 전 조사관은 "윗선 처벌을 위한 증거 찾기에 조사가 집중되면 조사 관점이 협소해지기 쉽다"며 "예를 들어 이태원 참사를 '주최 측 없는 축제'라는 관점에서 다루려면, 비슷한 축제를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어떻게 관리해 왔고 경찰은 인파가 몰렸을 때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 관행을 파악하는 속에서 이태원 참사 책임 기관들의 독특한 지점을 발견하는 식으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쟁점별 조사 계획이 잘 짜여야 한다"며 "세월호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를 야기한 법·제도·관행 등을 조사하게끔 돼 있었으나, 이를 위한 구체적 조사 계획은 부족해 실패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희천 전 사참위 피해지원국장은 "조사 결과가 책임자 처벌에 도움 될 수는 있으나, 특조위는 기본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제도 개선을 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처벌은 진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형성될 시민 여론과 사법 시스템에 맡기면 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조위가 요청한 자료를 관련 기관에서 신속하게 받아오거나, 여야 추천 위원들 간의 협치를 끌어낼 수 있는 '정치력'이 특조위원의 핵심 역량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영환 전 사참위 조사관은 "위원회 구성 자체가 여야의 기계적 균형을 맞추다 보니 위원들이 정파적 주장을 고집하면서 일부 문제가 축소·확대될 여지가 있다"며 "협치 가능한 인물들로 위원들이 임명돼야 한다"고 했다.
박 전 조사관은 "특조위가 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기관들이 겁을 먹고 협조를 해주는 것도 아니다"며 "자료를 받아내는 것은 결국 정치고 협상이다. 지금 정부가 특조위에 얼마나 협조를 해줄지 모르겠지만, 이를 원만히 조율할 특조위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성을 갖춘 인력들로 특조위를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 전 국장은 "조사 내용 수정과 보고서 작성 등을 고려한다면 최장 1년3개월이라는 기간은 길지 않다"며 "짧은 기간에 참사 원인을 정확하게 짚어서 조사하려면 위원들의 전문성이 특히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자신이 참사 피해자가 될 줄 몰랐고, 정부가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는 얘기를 공통으로 한다. 참사를 통해 사회에 대한 믿음이 부서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번 특조위가 시민들의 사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