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교육 평가시 기초의학 50개항목 영향"
"해부학 실습 관광실습 전락…안전 우려도"
"충북대 의대생들 2년간 원정실습 해프닝"
[서울=뉴시스] 백영미 정유선 기자 = 정부가 내년도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1489~1509명 범위로 발표한 가운데, 의대교수들이 의대생을 단번에 급격히 늘리면 해부학 실습은 "관광실습"으로 전락하고 다른 대학병원으로 "원정실습"을 가야 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오세옥 부산대 의대 융합의과학과 교수는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 의학교육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서 '기초의학교육에서의 문제점'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서 의학교육을 평가할 때 기초의학의 경우 대략 50개 항목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부산대 의대는 갑자기 (의대정원이) 60%가 늘어나 200명을 받으라고 해 굉장히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대 의대 실습실에는 140명이 들어갈 수 있는데, 갑자기 늘어나 (한조당) 10명이 같이 해야 하면 정말 관광실습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실습의 질 저하는 물론 해부학 실습을 할 때 칼과 가위를 쓰기 때문에 안전 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해부학은 의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의학 과목 중 하나다. 전 세계 의대에서 필수과정으로 인체 해부를 채택할 정도다. 본과 1학년 학생들은 대개 6∼8명씩 조를 짜서 해부용 시신(카데바)으로 실습한다.
오 교수는 "최근 술기 시험이 도입되면서 소규모로 청진하고 직접 익히는 소규모 방이 많이 필요한데, 125명에 맞춰놓은 것으로 200명으로 늘어나면 적어도 9개 방이 부족하다"면서 "특히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시행하게 되면 초비상으로 상상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1979년 의대 수가 19개에서 41개로 늘어났을 당시 벌어졌던 원정실습 해프닝 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배장환 충북대 의대 심장내과 교수는 '임상의학교육 및 수련과정의 문제점'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의대가 늘어났을 때 충북대 의대 같은 소규모 의대가 나왔고, '선승인 후시설'로 난리가 났다"면서 "충북대 의대 본과 실습생들이 본관 앞에 모여 버스를 타고 충남대병원으로 가 실습하고 돌아오는 해프닝이 2년간 벌어졌다"고 말했다. 충북대 의대는 기존 49명에서 76명 늘어난 125명을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으로 정했다.
이선우 충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공의 수련도 역량 중심으로 가야 하는데, (대규모 의대 증원이 되면)제가 몸담은 위원회에서 대충 계산해보니까 1년에 1조가 들어가고, 지도 전문의 5천명 가량을 새로 뽑아야 한다"면서 "필요한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증원 사태는 20년간 발전해온 대한민국 의료를 40년 후퇴시킬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 "의료교육 파괴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은 우선 의대 증원을 절차를 중단한 후 의사 수 추계 위원회를 만들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의대 정원을 결정하고 의료전달체계(환자의뢰체계)·낮은 수가 등 의료시스템 개선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장)는 "일단 의대 증원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면서 "병원은 노동집약적이여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은 채 사태가 장기화되면 상급종합병원은 거의 종합병원 수준의 진료를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5월이 사태 해결의 기로"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정부의 필수·지역의료 강화라는 아젠다 자체에 반대할 의사는 없지만 세부사항이 중요하다"면서 "해남에서 혈압약 두 톨 처방받자고 서울로 가는 이런 불필요한 상급종합병원행을 막아줘야 한다. 상급종합병원 전원 결정은 오로지 의사가 할 수 있도록 해야 지역에 환자가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은 의사를 늘리는 여러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면서 "숫자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무지하게 낮은 필수의료 수가를 개선하고 전공의, 의대생이 복귀해 진료하고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했다. 또 "대통령 직속 의사 수 추계 위원회를 만들어 기존 병폐 해결을 전제로 추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의대는 학생들을 밀어 넣고 시설만 주면 되는 학원이 결코 아니다"면서 "정부는 돌다리를 두들겨 보고 건너 듯 수 차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의사들이 왜 필수·지역의료에 남지 않는지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전공의, 의대생, 의사 등의 얘기를 좀 더 귀담아 들을 수 있는 의정협의체를 만들어 사태 해결의 진정성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오세옥 부산대 의대 융합의과학과 교수는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 의학교육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서 '기초의학교육에서의 문제점'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서 의학교육을 평가할 때 기초의학의 경우 대략 50개 항목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부산대 의대는 갑자기 (의대정원이) 60%가 늘어나 200명을 받으라고 해 굉장히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대 의대 실습실에는 140명이 들어갈 수 있는데, 갑자기 늘어나 (한조당) 10명이 같이 해야 하면 정말 관광실습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실습의 질 저하는 물론 해부학 실습을 할 때 칼과 가위를 쓰기 때문에 안전 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해부학은 의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의학 과목 중 하나다. 전 세계 의대에서 필수과정으로 인체 해부를 채택할 정도다. 본과 1학년 학생들은 대개 6∼8명씩 조를 짜서 해부용 시신(카데바)으로 실습한다.
오 교수는 "최근 술기 시험이 도입되면서 소규모로 청진하고 직접 익히는 소규모 방이 많이 필요한데, 125명에 맞춰놓은 것으로 200명으로 늘어나면 적어도 9개 방이 부족하다"면서 "특히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시행하게 되면 초비상으로 상상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1979년 의대 수가 19개에서 41개로 늘어났을 당시 벌어졌던 원정실습 해프닝 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배장환 충북대 의대 심장내과 교수는 '임상의학교육 및 수련과정의 문제점'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의대가 늘어났을 때 충북대 의대 같은 소규모 의대가 나왔고, '선승인 후시설'로 난리가 났다"면서 "충북대 의대 본과 실습생들이 본관 앞에 모여 버스를 타고 충남대병원으로 가 실습하고 돌아오는 해프닝이 2년간 벌어졌다"고 말했다. 충북대 의대는 기존 49명에서 76명 늘어난 125명을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으로 정했다.
이선우 충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공의 수련도 역량 중심으로 가야 하는데, (대규모 의대 증원이 되면)제가 몸담은 위원회에서 대충 계산해보니까 1년에 1조가 들어가고, 지도 전문의 5천명 가량을 새로 뽑아야 한다"면서 "필요한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증원 사태는 20년간 발전해온 대한민국 의료를 40년 후퇴시킬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 "의료교육 파괴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은 우선 의대 증원을 절차를 중단한 후 의사 수 추계 위원회를 만들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의대 정원을 결정하고 의료전달체계(환자의뢰체계)·낮은 수가 등 의료시스템 개선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장)는 "일단 의대 증원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면서 "병원은 노동집약적이여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은 채 사태가 장기화되면 상급종합병원은 거의 종합병원 수준의 진료를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5월이 사태 해결의 기로"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정부의 필수·지역의료 강화라는 아젠다 자체에 반대할 의사는 없지만 세부사항이 중요하다"면서 "해남에서 혈압약 두 톨 처방받자고 서울로 가는 이런 불필요한 상급종합병원행을 막아줘야 한다. 상급종합병원 전원 결정은 오로지 의사가 할 수 있도록 해야 지역에 환자가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은 의사를 늘리는 여러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면서 "숫자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무지하게 낮은 필수의료 수가를 개선하고 전공의, 의대생이 복귀해 진료하고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했다. 또 "대통령 직속 의사 수 추계 위원회를 만들어 기존 병폐 해결을 전제로 추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의대는 학생들을 밀어 넣고 시설만 주면 되는 학원이 결코 아니다"면서 "정부는 돌다리를 두들겨 보고 건너 듯 수 차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의사들이 왜 필수·지역의료에 남지 않는지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전공의, 의대생, 의사 등의 얘기를 좀 더 귀담아 들을 수 있는 의정협의체를 만들어 사태 해결의 진정성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