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학 우수교수 영입 가장 어려워"
"서울대의대 교수 채용도 쉽지가 않아"
"임상교수 소규모 강의 참여 애걸복걸"
[서울=뉴시스] 백영미 정유선 기자 = 정부가 내년도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1489~1509명 범위로 발표한 가운데, 의대 교수들이 의대생을 단번에 급격히 늘리면 가르칠 교수와 수업이 이뤄질 강의실 등을 확보하기 어려워 의학 교육의 질 하락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를 냈다.
김종일 서울의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 의학교육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서 '기초의학 교육의 현실과 미래'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지금도 정규과정 중 부족한 수업을 보충하기 위해 선택교과를 개설하는데 필요한 교수들과 강의실이 모자라 상당히 어렵다"면서 "모든 회의실과 휴게실을 다 블록해 놓고 학생들이 들어가서 선택교과를 배우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렇게 되면 교수들이나 대학원생들이 회의도 하지 못한다"면서 "서울대 의대는 회의실이나 교수들이 그나마 넉넉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어려움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의대 정원이 증원되거나 의대생들이 유급돼 많은 인원이 다같이 수업을 듣게 되면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의대생들이 실습을 통해 모든 것을 배울 수 없어서 의학 연구과정을 만들었다"면서 "교수 연구실이라도 가서 하나라도 제대로 더 배우라는 취지인데, 교수와 연구실이 부족해 학생들이 이조차도 충분히 연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 생화학 분야 교수는 약 40명으로, 학생 수가 동일한 서울대 의대에 비해 4배 이상 많다.
해부학·생리학·생화학·병리학 등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활용되는 기초의학은 강의실 수업 외에 다양한 연구와 실험, 토론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해 우수한 교수 확보가 중요하다.
김 교수는 "기초의학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학생들을 종합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좋은 교수를 영입하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의대 졸업생들이 필수의료도 기피하지만, 기초의학은 더 기피해서 교원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의대가 교수를 채용하려고 오퍼를 해도 다른 대학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면서 "가령 본인이 개발한 동물 모델을 받아주는 대학에만 가겠다고 해서 대학이 뽑고 싶다고 해서 뽑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기초의학 분야에서 이뤄진 질병의 발생 원인과 치료에 관한 연구를 기초로 의학 지식을 직접 환자 치료에 적용하는 임상의학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도 지금도 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급격한 의대 정원에 따른 의학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했다.
조윤정 고려대 안암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임상의학 교육의 현실과 미래'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의예과 1학년생들을 가르칠 때 많은 교수들이 투입돼 이뤄지는 수업 중 가장 어려운 것이 소규모 강의실에 들어가야 하는 강의"라면서 "교수들은 진료, 연구, 교육을 모두 해야 해 갈등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규모 강좌를 진행하게 되면 거의 모든 교수들에게 참여해 달라고 애걸복걸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고려대 의대의 경우 전임의까지 합치면 1000명이 넘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과정을 충실히 수행하기엔 상당히 곤란한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또 "2030년쯤 되면 대규모 강의가 아니라 일대일 맞춤 교육, 소규모 강의, 시뮬레이션 기반 교육, 소집단 토론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의학 교수들은 교육 뿐 아니라 환자 진료 비중도 굉장히 크기 때문에 임상 교수 확보도 중요하다. 임상 교수를 확보하려면 낮은 수가(건강보험공단이 병원 진료과별로 의료 행위 건당 지급하는 돈) 체계 등 의료체계 개선도 뒷받침돼야 한다.
조 교수는 "환자들은 3분 진료가 아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진료를 봐주길 원하지만 국내 의료체계상 불가능하다"면서 "30년 전 환자 한 분당 30분씩 진료를 보는 교수가 있었는데, 환자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지만 결국 다른 병원으로 떠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의료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 한 임상 의학 교육이 굉장히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체계에선 환자 한 명당 충분한 진료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낮은 수가 체계, 돈이 안 되면 치료를 꺼리는 병원,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리는 환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김종일 서울의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 의학교육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서 '기초의학 교육의 현실과 미래'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지금도 정규과정 중 부족한 수업을 보충하기 위해 선택교과를 개설하는데 필요한 교수들과 강의실이 모자라 상당히 어렵다"면서 "모든 회의실과 휴게실을 다 블록해 놓고 학생들이 들어가서 선택교과를 배우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렇게 되면 교수들이나 대학원생들이 회의도 하지 못한다"면서 "서울대 의대는 회의실이나 교수들이 그나마 넉넉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어려움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의대 정원이 증원되거나 의대생들이 유급돼 많은 인원이 다같이 수업을 듣게 되면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의대생들이 실습을 통해 모든 것을 배울 수 없어서 의학 연구과정을 만들었다"면서 "교수 연구실이라도 가서 하나라도 제대로 더 배우라는 취지인데, 교수와 연구실이 부족해 학생들이 이조차도 충분히 연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 생화학 분야 교수는 약 40명으로, 학생 수가 동일한 서울대 의대에 비해 4배 이상 많다.
해부학·생리학·생화학·병리학 등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활용되는 기초의학은 강의실 수업 외에 다양한 연구와 실험, 토론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해 우수한 교수 확보가 중요하다.
김 교수는 "기초의학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학생들을 종합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좋은 교수를 영입하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의대 졸업생들이 필수의료도 기피하지만, 기초의학은 더 기피해서 교원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의대가 교수를 채용하려고 오퍼를 해도 다른 대학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면서 "가령 본인이 개발한 동물 모델을 받아주는 대학에만 가겠다고 해서 대학이 뽑고 싶다고 해서 뽑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기초의학 분야에서 이뤄진 질병의 발생 원인과 치료에 관한 연구를 기초로 의학 지식을 직접 환자 치료에 적용하는 임상의학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도 지금도 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급격한 의대 정원에 따른 의학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했다.
조윤정 고려대 안암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임상의학 교육의 현실과 미래'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의예과 1학년생들을 가르칠 때 많은 교수들이 투입돼 이뤄지는 수업 중 가장 어려운 것이 소규모 강의실에 들어가야 하는 강의"라면서 "교수들은 진료, 연구, 교육을 모두 해야 해 갈등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규모 강좌를 진행하게 되면 거의 모든 교수들에게 참여해 달라고 애걸복걸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고려대 의대의 경우 전임의까지 합치면 1000명이 넘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과정을 충실히 수행하기엔 상당히 곤란한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또 "2030년쯤 되면 대규모 강의가 아니라 일대일 맞춤 교육, 소규모 강의, 시뮬레이션 기반 교육, 소집단 토론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의학 교수들은 교육 뿐 아니라 환자 진료 비중도 굉장히 크기 때문에 임상 교수 확보도 중요하다. 임상 교수를 확보하려면 낮은 수가(건강보험공단이 병원 진료과별로 의료 행위 건당 지급하는 돈) 체계 등 의료체계 개선도 뒷받침돼야 한다.
조 교수는 "환자들은 3분 진료가 아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진료를 봐주길 원하지만 국내 의료체계상 불가능하다"면서 "30년 전 환자 한 분당 30분씩 진료를 보는 교수가 있었는데, 환자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지만 결국 다른 병원으로 떠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의료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 한 임상 의학 교육이 굉장히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체계에선 환자 한 명당 충분한 진료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낮은 수가 체계, 돈이 안 되면 치료를 꺼리는 병원,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리는 환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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